기사등록 : 2021-04-15 16:43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이런 작품에 함께 하게 돼 너무 감사하죠. 기회를 얻는 게 하늘의 별 따기인데, 저는 그걸 얻었잖아요."
최근 종영한 JTBC '괴물'을 통해 그간의 연기 내공을 제대로 터뜨린 배우 최대훈. 그는 연극으로 먼저 연기를 시작해 2007년 KBS2TV '얼렁뚱땅 흥신소'로 매체 연기에 도전했고 이후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다.
최대훈이 맡은 박정제는 경기서부 문주경찰서 수사지원팀의 경위이자 이동식(신하균)의 초중고 동창으로, 무언가 숨기는 듯한 의뭉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인물이다. 또 이유연(문주연)과 강민정(강민아)의 살인사건에 휘말리기도 한 캐릭터이다.
"인물 정보를 처음에 얻었을 때, 작가님이 '일정 부분은 모른 채 연기해도 좋을 것 같다'라고 하시더라고요. 해리성기억상실증을 연기해야 했기 때문에, 저 역시 정제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고 접근하지 않았어요. 그게 도움이 됐던 것 같고요. 또 그때마다 상대 배우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려고 노력했고요. 이런 방식으로 정제에게 접근하고, 완성시켜 나갔던 것 같아요."
"작가님, 감독님과 미팅하면서 정제라는 인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큰 줄거리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했어요. 결말도 모르고 있었고요. 심지어 진묵(이규회)의 죽음도 안 알려주셨어요. 하하. 그게 연기하는 저에게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촬영할 때도 감독님과 '너무 의도하지 말고, 의식하지말자'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괴물'은 가상도시 만양에서 펼쳐지는 괴물 같은 두 남자의 심리 추리 스릴러이다. 변두리에 떨어진 남자가, 여기에 남겨진 사람들과 괴물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가족을 찾아주기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되는 이야기를 담아냈고, 숨 막힐 듯한 긴장감과 의문을 남기는 전개로 호평을 이끌었다.
"정말 '괴물'을 탄생시킨 제작진, 스태프들에게 너무나도 감사드려요. 또 정제라는 역할을 저에게 맡겨 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하고요.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배우들이 너무 많고, 기회를 얻는 게 행운 같은 일이잖아요. 정말 하늘의 별 따기인데 그걸 얻어서 너무 좋아요. 또 많이 의지하고 신뢰했던 연출님이 계시는데, 처음으로 전화가 와서 '잘 봤다'라고 해주시는데, 정말 살 맛 나더라고요. 하하. 정말 다음이 오는 게 두려울 정도로 좋네요."
이번 작품은 배우들의 열연, 탄탄한 스토리, 빠른 전개로 마니아층을 금방 형성했다. 또 매 회차에 부제를 달아 배우들의 감정선을 쉽게 따라갈 수 있게 만들어 많은 호평을 얻었지만 시청률은 아쉽게도 뒷받침되지 못했다.
"시청률은 너무 아쉽죠. 더 많이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정말 컸거든요. 정말 심혈을 기울였을 때,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 마음이 있잖아요. '괴물'이 그랬어요. 다들 열심히 했고, 너무 좋은 작품이었기에 아쉬움이 남네요. 이 작품이 각 회차에 부제가 달렸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3, 4회의 각 부제인 '웃다' '울다'가 이 작품을 잘 표현해주는 것 같아요."
2007년 매체 연기를 시작해 쉼 없이 다양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매 작품마다 정반대의 캐릭터로 대중에게 신선함을 주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그는 "연기를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을 알아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기를 할 때마다 정말 소중히 임해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했어요. 제가 연기 자체를 소중히 여기니, 그 마음을 많은 분들이 알아주시는 것 같고요. 마냥 운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겠지만, 이게 언제 끝날지 몰라 두렵기도 해요(웃음). 아직 가야할 길이 많지만, 저를 찾아주신다면 언제나 그랬듯 잘 소화시키려고 해요. 작품을 선정할 때는 인물이 얼마나 복합적이고, 입체적인지를 보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 제가 매력을 느끼더라고요."
이번 작품에는 이규회, 김신록(오지화 역) 등 연극무대에서 먼저 내공을 쌓은 배우들이 출연, 호평을 이끌었다. 최대훈 역시 무대를 통해 연기를 먼저 시작해 매체 연기로 넘어온 만큼, 이번 연극배우들에 대한 호평이 마음 한 편에 크게 자리 잡았다.
"드라마를 제작하는 분들이 연극배우들을 캐스팅할 때마다 너무 감사하고 환영하죠. 저도 연극을 할 때도 매체 연기는 잘생기고 목소리 좋은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요즘엔 희소성, 다양성, 날 것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아서 좋아요. 계속해서 새로운 배우들이 더 많은 작품을 통해 드러났으면 좋겠어요."
최대훈에게 '괴물'은 연기 호평을 받은 작품이지만, '백상예술대상'의 남자조연상 후보에 오르게 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아직도 꿈만 같다"며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정말 '괴물'을 하게 된 것도 꿈만 같았는데, 이렇게 '백상예술대상'에 노미네이트까지 되고…. 아직 믿기지가 않아요. 제가 딸을 처음 품에 안았을 때 정말 믿기지 않았는데 그런 비슷한 기분이 것 같아요(웃음). 쟁쟁하신 분들도 많고, 잘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제가 거기에 있다는 게 정말 꿈같더라고요. 그 현장에 가야 체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기회를 너무 많이 주셔서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