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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철근대란'에 발빠른 국토부…집값 대응도 이랬더라면

기사등록 :2021-06-10 13:06

철근 품귀 대응 신속했지만…서울 주택 부족 대응은 '아쉬움'
지자체 합의없는 8·4대책, 반대 부딪혀…정책 정확성 높여야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국토교통부가 철근 가격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업계를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공공 발주공사의 공기를 연장하고 공사비도 조정하기로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와 협의를 끝낸 것이다. 철근 수급 불안 문제가 제기된지 채 한 달도 안 돼서다.

철근은 아파트를 짓는 데 필요한 주요 원자재다. 철근 수급이 늦어지면 주택공급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국토부도 신속히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애로사항에 적극 귀기울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주택 부족 문제에 대한 국토부의 대응 속도는 어땠을까. 상대적으로 느렸고, 업계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에 아쉬움이 남는다. 서울 주택 부족 문제가 수차례 제기됐지만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은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않았다.

서울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서울 인구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지만 1~2인 가구 급증으로 주택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났고 공급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전체로 봐도 가구 대비 주택수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그런데 국토부는 공급을 늘리는 대신 수요를 억제하는 방법을 택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정공법'보다는 단기에 효과를 낼 만한 '충격법'을 택한 것이다. 국토부는 작년 6·17대책에서 전국 대부분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으며 대출도 조였다. 7·10대책에서는 다주택자의 취득세·보유세·양도세 등 각종 세 부담을 무겁게 만들었다.

1년이 지났다. 지금 시장상황을 보면 '역효과'로 보인다. 전국 대부분이 조정지역에 들어가자 더 이상 조정·비조정지역의 의미가 없어졌다. 규제가 너무 많아지니 오히려 규제가 사라진 것이다. 수요자들은 다시 서울로 향했다. 서울 중저가 주택 가격은 1년 전보다 2배로 뛰어올랐다.

대출이 안 나오니 종잣돈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은 집을 살 방법이 없었다. 또한 양도세가 높아지자 다주택자들은 집을 파는 대신 '버티기'에 들어갔다. 매물이 실종되자 집값은 더 뛰었다. 정부가 다주택자와 씨름하는 대신 공급대책을 수년 전에 미리 내놓았다면 상황은 달라졌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국토부는 작년 8·4대책에서 공급대책을 본격적으로 내놓았지만, 1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외줄타기'를 보듯 아슬아슬하다. 과천정부청사 부지 개발은 주민 반발로 사실상 백지화됐다. 노원구 태릉골프장, 용산역 철도정비창 등 다른 부지에서도 주민들이 '공급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국토부가 개별 지자체와의 합의를 건너뛰고 무리하게 추진했더니 결과는 '역시나'였다. 주택 공급 대책이 시장 기대보다 늦게 나왔다면 정확성이라도 높아야 하는데, 현재로썬 두 마리 토끼 다 놓친 것으로 보인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영어, 라틴어 등 다른 나라 문화권에도 똑같은 표현이 있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이 말에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국토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다급해진 것은 이해하지만 이미 신속하게 행동할 타이밍은 지난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정공법'을 택해서 정책의 효과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sungs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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