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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반려동물] ③국민 4명 중 1명 '반려인'인데 이웃 갈등은 여전

기사등록 :2021-10-28 16:16

[편집자] 반려동물 1000만 시대를 맞았다. '펫티켓', '펫테크' 등 반려동물 문화가 일상으로 자리 잡고 '애견미용사', '동물보건사' 등 반려동물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존재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동물 학대 및 유기 사건이 발생하고, 반려동물을 둘러싼 이웃갈등까지 벌어지는 등 이미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양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반려동물 관련 법과 제도는 미비한 것이 현실이다.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 조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뉴스핌은 반려동물 관련 논란을 심층 분석하고, 반려동물과 상생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보고자 기획 보도물을 마련했다.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펫팸족'은 반려동물과 가족의 합성어이다. 이 합성어는 반려동물을 단순한 동물이 아닌 가족으로 인식하는 추세가 뚜렷해 지기 때문에 등장한 것이다. 일례로 KB경영연구소의 '2021 한국반려동물 보고서'를 살펴보면 반려인은 1448만명으로 한국인 4명 중 1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한편으로는 반려동물 가구가 증가하면서 생기는 소음이나 악취 등의 문제로 이웃 갈등도 덩달아 늘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다가 발생하는 이웃 간 마찰이 고소·고발전이나 보복 범죄로 이어지는 등 사회적 문제로 부각돼 이에 대한 대책마련도 시급한 실정이다.

◆ 국민 4명 중 1명 '반려인'…인구 증가에 따라 갈등 사례도 ↑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관련 민원이나 이웃 갈등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반려동물 관련 민원으로는 소음, 배설물을 안 치우는 등의 문제, 목줄을 매지 않음, 물림 사고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반려동물 소음 관련 민원은 전체 민원 중 약 8%를 차지할 정도로 이웃 간 갈등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SETEC에서 열린 2021 케이펫페어 서울(대한민국 반려동물산업 박람회)을 찾은 견주와 반려견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국내 최대 반려동물 산업 박람회 '2021 케이펫페어 서울'은 170개 업체, 280여개 부스가 참가한 가운데 오는 14일까지 진행된다. 2021.03.13 dlsgur9757@newspim.com

서울시가 25개 구에서 집계한 반려동물 소음 민원은 ▲2015년 1377건 ▲2016년 1503건 ▲2017년 1731건 ▲2018년 1617건이다. 개 물림 사고의 경우 ▲2016년 2111건 ▲2017년 2404건 ▲2018년 2368건 ▲2019년 1565건 등으로 감소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연간 1500~2000건가량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려동물로 인한 이웃 간 다툼의 경우 단순한 갈등을 넘어 범죄로까지 확장되는 양상이다.

올해 6월 서울남부지법은 협박 혐의로 기소된 A에게 벌금 50만원형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말부터 2020년 1월 사이 옆집에 사는 피해자의 현관문에 "악취에 구역질나서 정말 사고치겠오. 웬만큼 합시다. 살인 나기 전에", "고양이 똥냄새 야옹소리 개 목젖 죽여서 캑캑거리는 소리 콱" 등 협박성 메모를 붙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옆집에서 키우는 반려견과 반려묘로 인한 소음과 악취 때문에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맹견 로트와일러에게 입마개를 씌우지 않아 지나가던 소형견을 물어 죽게 한 혐의를 받는 견주가 벌금 600만원형을 받은 사건도 있다. 당시 재판부는 입마개를 씌우지 않아 동물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으나 소형견을 물어 죽여 재물을 손괴한 혐의는 무죄라고 판단해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이와 관련,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경찰청에 의뢰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년간 동물보호법 위반 사례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0년 69건 ▲2011년 98건 ▲2012년 131건 ▲2013년 132건 ▲2014년 233건 ▲2015년 238건 ▲2016년 303건 ▲2017년 398건 ▲2018년 531건 ▲2019년 914건 ▲2020년 992건이다.

◆ 정책·인식 개선 통해 반려동물 소유주-비소유주 간 갈등 해소해야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인구와 반려동물 산업은 증가하고 있는데 반려동물에 대한 정책이 미비해 이웃 갈등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효민 경기연구원 전략정책부 연구위원은 "반려동물과 관련된 사회적 규범이 정착되지 않아 반려동물 소유주와 비소유주간 사회적 갈등이 발생한다"고 짚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한국동물보호연합 외 45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4.7일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맞이 동물복지 정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였지만 동물복지 수준은 매우 열악하다며 4월 7일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와 각 후보 선거사무실을 방문하여, 동물복지 서울을 촉구하는 정책 제안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2021.04.02 dlsgur9757@newspim.com

우선 반려동물로 인한 소음 문제는 '층견(犬)소음'이라고 불릴 정도로 사회적인 문제로 지적됐으나 현행법상 처벌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소음·진동관리법' 제2조 제1항에는 "소음이란 기계·기구·시설, 그 밖의 물체 사용 또는 공동주택 등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장소에서 사람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강한 소리"라고 규정하고 있다. 소음의 정의를 사람이 내는 소리로만 한정 지어 반려동물이 내는 소음은 법적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동물보호법을 위반해도 처벌이 미미하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된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0~2020년까지 11년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구속된 인원은 5명에 불과하다.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조차 동물 관련 사건 자체를 어려워하고 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이 올해 5월 11~20일 경찰관 3235명을 대상으로 '동물학대 사건 현장출동 및 수사 경험'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경찰들은 대체로 ▲동물학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움(30.6%) ▲증거 수집 어려움(22.1%) ▲신고·고소·고발 내용 부실(11.6%) ▲동물보호법 부실(11.6%) ▲동물보호법 생소(7.2%) 등의 이유로 동물 관련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로 인한 이웃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해 기르는 사람들의 인식개선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공공장소에서 반려동물과 함께할 때 목줄을 착용하는 등 '펫티켓(펫+에티켓)'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전국의 지자체 동물보호감시원 413명이 지난해 적발한 위반행위는 총 983건이다. 이 가운데 반려동물 소유자의 목줄·인식표 미착용 등 위반(62%)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려동물 인구는 늘어나는 데 사람들의 인식이나 문화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박효민 연구위원은 "반려동물 정책에 대한 낮은 인지도가 반려동물 소유자와 비소유자들 간의 갈등 요인이 된다"며 "반려동물에 대한 사전지식이나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즉흥적으로 입양하는 것도 동물을 유기하거나 방치하는 주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도 소유주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이나 사육환경 등에 대한 최소한의 심사와 책임을 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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