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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반려동물]⑤ 개고기 논란 재점화…찬반 갈등 언제까지?

기사등록 :2021-10-31 08:00

[편집자] 반려동물 1000만 시대를 맞았다. '펫티켓', '펫테크' 등 반려동물 문화가 일상으로 자리 잡고 '애견미용사', '동물보건사' 등 반려동물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존재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동물 학대 및 유기 사건이 발생하고, 반려동물을 둘러싼 이웃갈등까지 벌어지는 등 이미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양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반려동물 관련 법과 제도는 미비한 것이 현실이다.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 조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뉴스핌은 반려동물 관련 논란을 심층 분석하고, 반려동물과 상생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보고자 기획 보도물을 마련했다.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반려동물이 더불어 살아가는 친구나 가족과 같은 존재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개고기 논란도 다시 가열되고 있다.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개 식용 금지를 신중히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냐"며 관계부처 검토를 지시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개인의 선택권 및 업계의 생존권을 정부가 침해한다는 주장과 개 식용은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4⋅7 재⋅보궐선거가 시작된 7일 오전 서울 광진구 중곡제2동 제1투표소에서 한 시민이 반려견과 함께 투표를 하고 있다. 2021.04.07 pangbin@newspim.com

◆ 개 식용 금지 vs 시기상조…30년 해묵은 논란

31일 동물보호단체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개 식용 관련 논란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처음 제기됐다. 1988년 이전만 해도 식용 가축이 부족했던 시절이라 개고기는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 중 하나였다. 보신탕집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고 거부감도 없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정부가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해 개고기를 법적으로 규제했고, 이후 개 식용 문제를 두고 찬반 의견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약 30년이 지나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고 대체 가능한 육류가 늘어남에 따라 개고기를 바라보는 국민 인식도 변했다. 이는 개 식용 시장 축소로 이어졌다. 전국육견인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개농장은 지난 2018년 약 2300개였지만 올해 8월 기준 약 1500개로 800개가량 감소했다.

국내 '3대 개시장'으로 불렸던 경기 성남 모란시장, 부산 구포시장, 대구 칠성시장 중 현재 개시장을 유지하는 곳은 칠성시장뿐이다. 칠성시장 역시 도살장은 모두 없어지고, 건강원과 보신탕집만 남았다. 지난 3월에는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에 개고기 판매 식당이 입점했다가 논란이 돼 배달앱에서 보신탕 판매가 금지되는 일도 있었다.

그럼에도 개고기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에는 대통령의 발언으로 찬반 논란이 재점화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청와대 주례회의에서 김부겸 국무총리로부터 유기 반려동물 관리체계 개선 관련 대책을 보고받고 "이제는 개 식용 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개고기 관련 업계는 "생존이 걸린 관련 종사자와 사전 논의 없이 공론화했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주영봉 대한육견협회 사무총장은 "오랜 시간을 개농장 운영으로 생계를 이어온 사람들은 생존권을 빼앗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개고기를 먹는 것은 농경사회 국가가 오랜 식문화"라며 "아직까지도 개고기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조환로 육견인협회 사무총장 역시 "개인의 식습관을 국가가 개입할 수는 없다"며 "선거 앞두고 개 식용 문제를 거론하는 건 동물단체나 동물 애호가들에게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종로구 신진시장에서 보신탕집을 운영하는 이모(70) 씨도 "코로나 때문에 매출이 70퍼센트 줄었는데 대통령 발언 때문에 그중 절반 가까이 더 줄었다"며 "우리는 국민 아닌가. 우리 같은 사람은 어떡하냐"고 토로했다.

대한육견협회는 지난달 30일 문 대통령 발언에 관한 단체 입장과 향후 대응 방향 등을 담은 의견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의견서에는 '다른 동물은 먹어도 되고 개는 안 되는 것은 모순이다', '개는 음식이다', '개인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 '반려견과 식용견을 분리해야 한다' 등의 주장이 담겼다.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28일 찾은 서울 종로구 신진시장 안에 있는 보신탕집. 2021.10.28. parksj@newspim.com

반면 동물보호단체들은 반려동물 인식 변화와 동물복지를 내세우며 개 식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윤정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는 "개 식용은 개인 취향 선택에 맡기는 찬반 문제가 아니라 동물복지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며 "반려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개라는 동물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개를 먹거나 합법화한 나라는 거의 없다"며 "한해 100만 마리 정도의 개들이 도살되는 현실에서 국가가 개 식용을 종식하도록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 식용은 전통문화가 아닌 사라져야 할 악습"이라고 덧붙였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도 "개 사육과 도축 과정에서 학대적인 요소가 있다"며 "비위생적 도살뿐만 아니라 병든 폐닭 등을 먹이로 공급하는 등 질병관리 측면에서도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 감정적 거부감 갖는 국민들이 많은데 계속 개 식용을 유지하는 건 사회적 갈등을 키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지원책 전무한데…" 개 식용 관련 명확한 법규 마련해야

아울러 동물보호단체들은 폐업하는 개고기 업주들을 현실적으로 지원하면 자연스럽게 개 식용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윤정 활동가는 "개농장 업주들을 정부가 보상해줘야 한다"면서 "개농장을 느리게 폐업할수록 보상 비율을 낮춰 개농장을 빠르게 퇴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논쟁이 끊이지 않자 일각에서는 개 식용 관리 및 규제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고기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인정하는 식품원료가 아니다. 식약처 기준에 맞지 않는 식품은 판매가 법으로 금지돼 있다. 식약처 행정규칙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따르면 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원료는 '식품원료 분류'에 등재돼 있거나 이 규칙상 '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원료' 혹은 '식품에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원료'에 포함돼야 한다. 그러나 개고기는 이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문제는 '관습법'에 따라 개의 식품원료 사용이 사실상 용인되고 있다는 점이다. 식약처는 개의 식품원료 사용을 처벌하기 위해선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개고기는 식품원료가 아니기 때문에 합법이라고 볼 수 없으나 오래전부터 관습적으로 먹어온 음식이기 때문에 법으로 제재를 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관련 종사자의 생계 등 갑자기 처벌하게 되면 기본권 등 헌법적 가치와도 충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회에도 개 식용 관련 법안 3건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개나 고양이를 식용 목적으로 도살할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 가축에서 개를 제외해 도살을 막자는 취지의 축산법 개정안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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