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를 잡으려면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6일(현지시각) 블룸버그 기고에서 연준이 긴축 페달을 얼마나 세게 밟아야 물가를 통제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물가 통제를 위해 채권 가격 및 주가 추가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경제에 불확실성이 곳곳에 산재한 상태이며, 그 중에서도 가장 불투명한 변수는 연준의 통화 긴축이 금융 여건과 경기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부라고 설명했다.더들리 전 총재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3월 기자회견에서도 언급했듯이 연준 통화정책은 금융 여건을 통해 효과를 나타내며, 이를 통해 실물 경제에 효과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인들은 주식 시장에 상당한 자산이 투입돼 있어 금융 여건에 매우 민감하게 움직이며, 주가에 따라 자산 상태를 평가해 지출이나 저축 여부를 결정하곤 한다는 것이다.
올해 미국 증시가 연준의 금리 인상 이슈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하락하긴 했지만 1월 3일 기록한 고점 대비 낙폭은 악재에 비하면 아직은 크지 않은 수준이다. S&P500지수는 1월 3일 고점 대비 7%가 안 되는 하락을 기록 중이고, 다우지수는 연초 이후 5.1%가 빠진 상태다. 기술주와 성장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1% 넘게 빠졌다.
채권 시장 낙폭은 상대적으로 더 컸다.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미국채 수익률은 빠르게 치솟고 있고, 1분기 채권시장은 1973년 이후 최악의 분기를 보냈다.
하지만 2.5% 위로 오른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1년 전보다 단 0.75%포인트 오른 정도에 그치며, 인플레이션 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더들리 전 총재는 투자자들이 단기 금리가 더 오르면 경제 성장 속도가 저해돼 결국 연준이 2024년이나 2025년에 통화 정책을 (완화로) 선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이 큰 타격을 받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40년래 최고치로 치솟은 물가를 잡으려면 연준이 긴축 페달을 더 강하게 밟아야 하고, 그로 인한 증시 및 채권 투자자들의 추가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시장이 '연준 풋'을 더는 믿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연준 풋'은 연준과 풋옵션 합성어로, 주가 하락이 예상되면 연준이 시장에 개입해 일정 수준 이상의 낙폭을 제한할 것이란 시장의 믿음을 뜻하는 용어다.
더들리 전 총재는 "투자자들의 (연준풋) 기대감은 금융 여건 긴축을 가로막아 결국은 성장 둔화라는 결과를 다시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