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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비 7000억 누가 갚나" 둔촌주공 재건축, 시공사 vs 조합 갈등 새 불씨

기사등록 :2022-06-22 06:22

현대건설 등, 조합 대신 대주단에 7000억 갚아야 할 듯
조합 "원래 시공사 책임" vs 시공사 "조합에 청구할 것"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이 '사업비 대출연장 불가' 사태를 맞이하면서 시공사업단과 조합 간 갈등에 새로운 불씨가 생겼다.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조합이 오는 8월 23일까지 대주단에 7000억원을 못 갚으면 이 금액을 지분율만큼 나눠갚아야 한다. 조합이 시공사업단의 신용공여(연대보증)를 통해서 대출을 받았기 때문이다.

시공사업단은 추후 이 금액을 조합에 청구할 예정이다. 다만 조합은 사업비를 갚을 책임이 애초에 시공사에 있다고 보는 만큼 이 문제로 양측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현대건설 등 시공사, 조합 못 갚으면 7000억 상환…"현금 9~30% 지출"

22일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공사 중단 상황이 이어질 경우 공사비 부담을 놓고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과 시공단의 싸움이 장기화될 우려가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 및 금융권에 따르면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이 오는 8월 23일까지 대주단에 사업비 대출금을 못 갚을 경우 시공사업단이 갚아야 할 돈은 ▲현대건설 1960억원 ▲HDC현대산업개발 1750억원 ▲대우건설 1645억원 ▲롯데건설 1645억원이다.

시공사업단 지분율이 ▲현대건설 28% ▲HDC현대산업개발 25% ▲대우건설 23.5% ▲롯데건설 23.5%인데, 대출금 7000억원에 이 지분율을 곱해서 계산한 결과다. 시공사업단은 대주단에 대위변제(대신해서 갚아주는 것)한 다음 조합에 공사비와 사업비, 이자 등에 대한 구상권(상환을 청구하는 권리)을 청구할 수 있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2.06.17 sungsoo@newspim.com

앞서 NH농협은행 등 대주단은 7000억원 규모의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비 대출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지난 13일 시공사업단과 조합에 발송했다. 조합이 시공사업단과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아 사업 추진이 불확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대출연장 불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둔촌주공 대주단은 NH농협은행을 비롯해 17개 금융사로 구성된다. 대출연장이 이뤄지려면 모든 금융회사들이 만장일치로 동의해야 한다. 다만 둔촌주공 재건축 관련 대출연장에 찬성한 금융사는 소수에 그치고 이마저도 조건부 찬성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 조건부란 '조합이 사업 정상화를 위한 전향적 자세 변화'를 보이는 것을 뜻한다.

사업비 대출 만기일은 오는 8월 23일이다. 대출이 연장되지 않으면 조합은 2개월 내 7000억원 규모의 사업비 대출을 모두 상환해야 한다. 다만 조합이 이 금액을 갚을 여력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시공사업단이 지분율대로 대출금을 갚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4곳 건설사의 분기보고서 개별재무제표를 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현대건설 2조1593억원 ▲HDC현대산업개발 8241억원 ▲대우건설 7011억원 ▲롯데건설 5423억원이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는 ▲현대건설 3조3495억원 ▲HDC현대산업개발 8441억원 ▲대우건설 9846억원 ▲롯데건설 6085억원이다.

각 건설사별 갚을 금액이 1분기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개별재무제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대건설 9% ▲HDC현대산업개발 21% ▲대우건설 23% ▲롯데건설 30% 순이다. 이 수치를 보면 롯데건설,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현대건설 순으로 보유현금에서 나가야 할 대출금 비중이 높다.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업단이 연대보증을 섰기 때문에 조합이 갚지 못하면 우선 시공사가 갚는 순서"라며 "사업비를 다시 조달하려면 대주단 중 대출연장을 원하는 금융회사들을 모집해서 새로 계약서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 [사진=김성수 기자] 2022.04.05 sungsoo@newspim.com

◆ 양측 시각차…조합 "원래 시공사 갚아야" vs 시공사 "조합에 청구할 것"

다만 조합과 시공사는 사업비를 갚을 책임이 서로에게 있다고 판단하는 만큼 이 문제가 양측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합은 사업방식이 '지분제'기 때문에 애초에 대출금을 갚아야 할 주체는 조합이 아니라 '시공사업단'이라고 보고 있다. '지분제'란 조합이 명목상 사업의 주체지만 실질적으로는 시공사가 사업을 주관하면서 공사비, 사업비 등을 모두 책임지는 것을 말한다.

시공사는 일반분양해서 분양수익이 들어오면 조합원에게 약정한 지분만큼만 돌려주고 그간 지출한 사업비, 공사비를 다 제한 후 남는 액수를 챙겨가는 구조인 것이다.

즉 시공사가 사업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과 손실 위험을 부담하는 방식이다. 반면 조합이 공사비, 사업비를 조달하고 시공사는 공사도급금액만 받고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는 '도급제'라고 한다.

조합 관계자는 "둔촌주공 재건축은 지분제이기 때문에 시공사업단이 실질적 사업 주체로서 사업비를 조달하는 게 맞다"며 "법률상으로는 조합이 차주(돈 빌린 사람)니까 시공사들이 대위변제를 하게 되지만, 완공까지 들어가는 모든 사업비는 당연히 시공사들이 책임지고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이 차주가 되고, 시공사가 보증을 서는 방식으로 돈을 빌린 이유는 아파트 소유자가 조합원이라서 그 형식을 취하는 게 간편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조합원들이 사업비를 갚지 못해 조합이 파산할 위험이 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반면 시공사업단은 기존 계약상 이미 '도급제'가 분명하기 때문에 조합에 사업비 조달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2020년 6월 25일 체결한 공사(변경) 계약은 공사금액이 확정됐고, 수입 증감은 조합이 부담하는 것으로 돼 있어서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조합이 70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하면 시공사업단이 연대보증인으로서 대위변제 후 조합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밖에 없다"며 "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어 안타까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공사업단과 조합은 이밖에 여러 분야에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사업을 멈춘 상태다. 서울시는 시공사업단과 조합 간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의견조율을 하는 중이다. 이번 사안에 대해 서울시 의견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sungs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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