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2-11-18 12:05
[함평=뉴스핌] 조은정 기자·이휘경 기자 = 음식맛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곳이 있다. 산과 바다 그리고 인심 가득한 고장 전라도이다. 서해 바다의 아름다운 풍경과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식도락 여행을 떠나보자.
전남 함평만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보면 드넓은 들판에 펼쳐진 억새정원을 지나 손불면 석산리의 작은 마을에 닿는다. 적막한 해안에 광활한 갯벌 너머로 출렁거리는 물결이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이곳에서 어쩐지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 있다.
◆ 세발낙지와 낙지 탕탕이
함평산 세발낙지가 곧바로 상에 올라온다. 먹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그릇에 담긴 세발낙지를 나무젓가락으로 돌돌 말아 초장에 찍어 통째로 먹는다. 세발낙지는 산낙지와 달리 크기가 작고 다리가 가늘어서 비교적 공포스러운(?) 도전은 아니다. 입천장에 달라붙지 않도록 꼭꼭 씹어 먹다보면 어느새 목구멍으로 부드럽게 넘어간다. 단 낙지가 그릇을 탈출하지 못하게 주의해야 한다.
산낙지탕탕이는 산낙지를 칼로 '탕탕' 내리쳐 만드는 데서 유래한 요리로, 먹기 좋게 잘게 다진 회 요리다. 얇게 썰은 무, 마늘, 참깨, 참기름의 조화가 풍부한 식감을 자극한다. 입맛에 따라 기름장에 찍어 먹거나 초장에 찍어 먹어도 된다. 강력한 빨판을 떼어가며 한참을 씹다보면 저절로 해산물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소주 한 잔을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 산낙지 연포탕
다시마, 바지락을 넣고 우린 맑은 간장 육수에 갖은 채소와 낙지가 통째로 들어간 연포탕은 보양식으로 손색 없는 요리다. 보글보글 끓는 연포탕 한 그릇 덜어 국물을 들이키면 입안에서부터 진하고 깔끔한 맛이 번져 절로 미소가 번진다. 쫄깃하고 탱글탱글한 낙지와 버섯의 식감, 뜨뜻한 국물까지 정신 없이 먹고 나면 금세 바닥이 드러난다.
적양파와 마늘, 고추, 된장이 한 그릇에 담겨 온다. 도시에선 고기를 구워먹을 때나 볼 법한 반찬이다. 현지인에 따르면 유독 양파와 마늘을 즐겨 먹는 이 지역에선 이러한 반찬 조합을 흔히 볼 수 있다고 한다.
◆ 산낙지 먹물 라면
산낙지연포탕 국물에 낙지 먹물을 터뜨려 라면을 추가하면 일명 '먹물 라면'이 된다. 생소한 비주얼과 달리 쫄깃한 면발에 시원하고 짭쪼름한 맛이 '면러버'들이라면 한번쯤 꼭 먹어봐야 할 이 가게의 '강력 추천' 메뉴다.
◆ 낙지 초무침과 낙지 볶음
매콤한 낙지 초무침을 김이 솔솔 나는 쌀밥에 올려 먹는다. 육회 초무침과 달리 낙지 초무침에는 달달한 배 대신 무가 들어간다. 쪽파와 양파, 당근을 함께 넣어 먹으면 깔끔하고 시원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침샘을 자극하는 매운맛에 매료되면 자꾸만 손이 가는 요리다.
신흥상회의 밑반찬으로는 콩나물, 파래, 파김치, 배추김치, 열무김치가 올라온다. '전라도 음식'하면 간이 세고 강한 음식이 연상되는데 이 식당 음식은 전반적으로 간이 싱거웠다. 그 이유는 매운 음식을 먹을 때 비로소 깨닫게 된다. 매운맛을 중화시켜 더 다채로운 풍미를 느끼게 한 것이다.
산낙지 초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메뉴는 낙지 볶음이다. 적당한 맵기에 달짝지근함, 그리고 감칠맛을 더해 밥에 쓱쓱 비벼 먹으면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울 수 있는 '밥도둑'이다.
△ 낙지 초무침을 더 맛있게 즐기는 팁!
낙지를 먼저 골라 먹고나서 새콤달콤 초무침 양념에 콩나물, 김치 등 밑반찬을 넣은 후 김가루, 통깨, 참기름을 넣고 비비면 그 맛이 화룡점정이다.
신흥상회 사장님은 3~4년 전 국내 중견기업에서 근무하다 장모님을 돕기 위해 이곳 함평으로 내려왔다. 이 가게에서 가장 특별한 점을 묻는 질문에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인 사장님은 주저없이 '식재료의 신선도'를 꼽았다.
그 자신감처럼 산낙지를 사기 위해 신흥상회를 찾는 손님들도 줄을 잇는다. 택배로 신청할 수 있어 근교 도시에서도 주문이 들어온단다. 하루 만에 받아볼 수 있으니 어지간한 도심 음식점보다 싱싱하게 맛볼 수 있다고 한다.
hge8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