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3-08-13 09:40
[서울=뉴스핌] 최지환 인턴기자 = 남산 중턱에 위치한 서울특별시 중부공원여가센터에는 달콤한 비밀이 있다. 건물 뒤편 산길을 조금만 올라가면 양봉장과 조그마한 텃밭이 펼쳐진다. "이곳에서는 1년에 한번만 꿀을 채취해요. 꿀은 인간에게 내어주고 설탕물을 먹기도 하는 다른 벌들에 비하면 행복한 벌들이죠." 남산양봉장에서 꿀벌을 돌보는 이윤서 씨의 말처럼 꿀벌들은 한여름 무더위에도 텃밭과 남산에 핀 꽃과 벌집을 오가며 꽃가루와 꿀을 옮기고 있다.
지난달 29일 이곳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꿀벌의 꿀잼교실' 수업이 열렸다. "여러분, 꿀벌이 꽃을 수분활동을 해줘야 열매가 맺힐 수 있어요. 수분이 뭘까요?" 이윤서 씨의 질문에 아이들이 창의적인 답변을 내놓는다. "벌들이 꽃들에게 물을 주는 거요!" "수분활동에서 수분은 물이 아니라 벌이 꽃 속에서 꿀을 먹으면서 암술과 수술이 닿게 만드는 것을 말해요. 수분이 일어나지 않으면 열매가 생기지 않아 여러분이 좋아하는 과일을 먹을 수 없어요." 이윤서 씨는 차분히 설명하며 양봉장 옆에서 따온 가지와 토마토를 보여줬다. 이윤서 씨의 설명처럼 꿀벌이 사라지면 작물 생산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100대 농작물 중 71%가 꿀벌의 수분에 의존한다. 꿀벌 없이는 사과도, 딸기도 먹을 수 없다.
꿀벌의 실종이 대두되면서 도심 속에서 벌을 기르는 도시양봉이 주목받고 있다. 12일 오후 과천 국립과천과학관 곤충생태관에서 만난 10년차 도시양봉가 박진 어반비즈서울 대표를 만났다. 호텔, 기업 옥상이나 정원 등 수도권 곳곳에 마련된 20개의 양봉장을 관리하고 있는 박진대표는 "처음에는 벌이 꼬물꼬물 거리는 것이 귀여웠어요"라며 "강아지, 고양이를 기르는 것처럼 저에겐 꿀벌이 반려동물이었죠"라고 도시양봉을 시작한 계기를 밝혔다. 꿀벌은 도시에서 기를 수 있는 유일한 가축이다. 다른 반려동물과 달리 벌을 키우면 꿀과 로열젤리 등 다양한 부산물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일반적인 가축과는 차이점이 있다. 꿀벌은 먹이가 부족하거나 주변 환경이 마음이 들지 않으면 미련 없이 벌통을 떠나버린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너무 덥거나 춥지 않게 벌통을 유지해 줘야 하고 주변에 먹이가 풍부한지 살피며 먹이가 부족하면 설탕 같은 당분을 제공해야 한다. 말벌 같은 천적이 찾아오면 쫓아버려야 한다. 꿀벌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도시양봉은 불가능하다.
박진 대표는 "도시는 우리 생각보다 벌에게 유리한 공간이에요. 곳곳에 꽃들이 항상 피어있어 먹이가 풍부하고 먹이를 두고 다툴 경쟁자도 적죠"라며 도시가 벌들에게 유리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도시에서 수확한 꿀이 오염됐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에는 "벌꿀은 꿀벌이 넥타르(꽃꿀)를 삼켰다가 게워 내고 다시 삼키는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완성돼요"라며 "이 과정에서 중금속과 미세먼지를 걸러지죠"라고 말했다. 실제로 성분 검사를 해 보아도 산에서 채취한 꿀과 도시에서 채취한 꿀의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
꿀벌은 위협을 가하지 않으면 함부로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다. 침을 쏘면 자신도 죽기 때문이다. 사진 촬영을 위해 벌집 1m 이내로 접근해도 공격할 기세를 보이지 않는다. "처음에는 벌이 무서웠는데 가까이서 벌을 봐도 공격하지 않는 것을 보니까 이제 무섭지 않아요. 꿀벌이 많아져서 열매를 많이 맺히게 해 줬으면 좋겠어요."라는 꿀벌의 꿀잼교실'에서 만난 초등학교 3학년 안선우 어린이의 말처럼 꿀벌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와 공존하는 소중한 친구이다. 이 귀여운 친구가 우리 곁을 떠나지 않도록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자. 우선 유기농과 무농약 농산물을 소비하는 것은 어떨까. 유기농과 무농약 농산물을 소비하는 행동은 벌들에게 치명적인 농약 사용량을 줄이는 것으로 이어진다. 2023.08.12 choipix1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