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3-12-19 07:57
[서울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너무 어렵게 출제된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바라보는 교육 주체 간의 시선이 이채롭다. '킬러(문항) 없이 대량 학살' '킬러를 킬러라고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등 올해만큼 수능에 수식어가 붙는 해가 또 있었을까.
우선 수능 점수 발표 이후 부족한 시간도 쪼개 대학입시 지원 전략을 짜야 하는 수험생들이지만, 올해 수능 점수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불과 몇 달 사이 수능의 줄기가 변했다. 변별력 확보를 위해 그동안 관례적으로 인정돼 온 '킬러문항'이 대통령 한마디에 공교육에서 허용돼서는 안 될 이단아 취급도 받았다.
킬러 없이 치러진 수능은 어땠나. 1명에 불과했던 만점자, 표준점수 최고점 등 다양한 지표가 역대급으로 어려웠던 2019학년도의 수능과 비슷하지만, 정부만 킬러문항이 없었다며 자화자찬했다.
결과적으로 올해 수능이 지원자 가운데 적격자를 가려내야 하는 시험제도의 성격을 반영한 시험일 수 있겠지만, 수험생 시각에서는 기만에 가까운 시험이었을 것이다. 킬러문항 배제와 같은 흐름을 바꾸는 결정이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 아닌 6월에 제시되면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대입을 앞두고 교육당국이 수험생을 대상으로 대입컨설팅 등 입시 전략 확대에 집중하는 상황도 흥미롭다. 그동안 수험생을 대상으로 입시상담 등이 진행돼 왔지만, 올해는 규모를 확대하는 분위기다. 불수능 후폭풍을 수습하려는 복잡한 속내가 보인다.
사교육비 급증은 수순으로 읽힌다. 최근 통계청의 3/4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가계의 학원교육 관련 지출'은 월 41만4571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4% 늘었다. 올해 1~2분기 학원교육 지출도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킬러문항 배제를 통해 사교육비를 잡겠다는 애초 계획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졌다. 공교육을 통한 수능 준비도 어디로 향할지 불투명하다. 이번만큼은 그 원인 분석과 대안을 찾길 바란다.
wideope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