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4-05-28 17:04
[서울=뉴스핌] 김태훈 박서영 김가희 기자 = 국민의힘이 28일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에 대해 부결로 당론을 모으며 단일대오를 이뤘다. 당초 5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도부의 노력으로 당내 의원들의 뜻을 하나로 모으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국회가 28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채상병 특검법을 재의결 한 결과 재석 294명 가운데 찬성 179표, 반대 111표, 무효 4표로 최종 부결됐다. 재적 인원 296명 가운데 무소속 윤관석·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 등 2명이 불참했다.
채상병 특검법은 순직한 해병 대원 사건의 수사 방해 및 은폐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법안이다. 법안 재의결을 위해서는 출석이 가능한 295명 가운데 국민의힘에서 17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했기 때문에 당초 부결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여기에 당내에서 공개적으로 김근태·김웅·안철수·유의동·최재형 의원 등 5명이 찬성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며 두 자릿수 이상 이탈표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여권에 따르면 무효표 4표 가운데 '가'로 적힌 투표용지가 3장, '부'로 적힌 투표 용지가 1장이었다고 한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야권에서 이탈표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찬성표 입장을 냈었던 우리당 의원들이 마음을 돌린건지, 민주당에서 이탈이 많이 나온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효표가 찬성 3개, 반대 1개인데 다 의도적인 무효표였다. 실수가 아니라 고의적인 무효표"라며 "만약 우리 5명 중 어떤 사람들이 '나는 찬성은 하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에 놀아날 수 없다'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표결했을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당 내부에서는 전임 지도부와 현 지도부의 각별한 노력이 있었다는 평가다. 특히 민주당이 채상병 특검법을 활용해 22대 국회 시작부터 정국을 좌지우지 하려는 의도를 막기 위해 의원들이 힘을 합쳤다는 전언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이탈표가 예상보다 적게 나온 데 대해 "(부결을) 당론으로 결정한 게 중요했고, 전임 원내대표인 윤재옥 의원과 추경호 원내대표가 각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지역구까지 찾아가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또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어려워지는 것에 대해 위기감을 갖고 있고, 채상병 특검에 대해선 동의할 수 있지만, 야권이 이 법안을 탄핵으로 엮어가려고 준비하는 데 대한 대의명분이 작동한 것 같다"라고 부연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야권의 의도가 너무 명확하다. 탄핵까지 가지 않더라도 몇 달 동안 특검을 활용해 정국을 매물되게 해서 우리 정부와 당을 끝까지 흔들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처음에 찬성을 하셨던 분들도 이런 설명을 듣고 마음을 돌린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특검을 가서도 우리가 전혀 문제될 게 없지 않느냐라고 생각할 수 있다. 법리적으로 봤을 때도 그렇다"라며 "그러나 민주당의 의도가 특검을 시작으로 본인들의 의도대로 정국을 끌고 가려고 하는 것이 보이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일단 고비는 넘겼지만, 22대 국회 상황도 쉽지 않다. 야권은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 부결 이후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특검법을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국민의힘이 지난 총선에서 109석을 확보하는 데 그쳐 9표의 이탈표만 발생해도 법안이 통과될 수 있다.
당내에서는 원 구성 협상, 법안의 숙려기간 등을 고려할 때 공수처의 수사결과가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만약 공수처의 수사가 부진하다고 판단될 경우 여당에서 먼저 특검법을 들고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원 구성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다. 최소 한 달 이상 걸린다고 봤을 때 공수처 수사가 상당히 진행됐을 것"이라며 "공수처 수사가 종료되면 우리가 제안한 안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수사 결과가 미진하다고 판단됐을 때 국민의힘이 먼저 특검을 제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21대 국회보다 여소야대 상황이 더욱 극심한 만큼 여야가 협치를 이루기 힘들다는 전망도 나왔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 당선인들 입장에서 봤을 때 (여야의 상황이) 큰 변화가 없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밀어붙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통합을 하기에 어려워 보인다"라고 했다.
taehun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