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4-08-21 07:38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북한이 윤석열 대통령의 8.15경축사 대북제의와 압록강 수해지원 등 남측으로부터의 잇단 제안과 소통시도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관영 선전매체들은 21일 오전까지 윤 대통령이 지난 8.15 광복절 79주년 경축사에서 제안한 남북 당국 간 대화협의체 가동 등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특히 이번 경축사가 '8.15 통일 독트린'이라 불릴 만큼 대부분 북한과 통일 문제에 집중돼 있는데도 당사자인 북한이 함구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앞서 정부와 대한적십자사가 지난 1일 압록강 일대에서 지난달 27일 발생한 대홍수와 관련해 식량과 의약품을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제안한데 대해서도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과 대북 전문가들은 이런 북한의 움직임이 현 남북관계 정세와 북한 내부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판단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8.15경축사가 당국 간 실무차원의 대화협의체를 제안하하면서 "긴장 완화를 포함해 경제 협력, 인적 왕래, 문화 교류, 재난과 기후변화 대응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문제도 다룰 것"이라고 밝혔지만, "자유통일이 삶을 개선할 유일한 길임을 더 많은 북한 주민들이 깨닫고, 통일 대한민국이 자신들을 포용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하면, 이들(북한 주민들)이 자유 통일의 강력한 우군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북한 입장에서는 수용은 물론 거론하기 조차 껄끄러운 대목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밝힌 대남 적대와 '한국은 제1주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의주 일대 수해와 관련해 외부 지원을 거부하고 자체적인 복구 뜻을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지난 19일부터 을지프리덤실드(UFS) 한미 합동 군사연습이 시작됐고, 이달 들어 최전방 지역에서 북한 주민과 군인의 탈북‧귀순이 잇따르는 등의 상황도 김정은과 북한 지도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 공산이 크다.
김정은은 지난 16일 신의주 등지의 수재민이 임시로 이주해 머물고 있는 평양 4.25여관을 방문해 학생들의 수업현장을 참관한 이후 공개 활동을 않고 있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김정은이 한미 군사연습 기간에 외부 노출을 일정 부분 자제하면서 서울로부터의 잇단 대북제안 공세와 녹록지 않은 체제 내부 수습을 위한 방안 마련에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yj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