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4-09-25 06:00
[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타인에게 양도할 목적으로 유령 법인 계좌를 개설한 범죄 혐의를 입증하려면 금융기관의 심사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심리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또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또 A씨는 '계좌를 팔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유령 법인 계좌를 성명불상자에게 전달한 혐의도 있다. 이 밖에도 A씨는 타인이 계좌에 입금해 둔 400만원을 임의로 사용하기도 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상적 금융거래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범행에 따라 개설된 계좌가 범죄에 이용되어 피해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엄한 처벌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애초부터 개설된 계좌를 타인에게 양도할 목적으로 위 범행을 저질렀고 계좌가 범죄에 이용되어 피해자가 발생했다"고 판시했다.
검사 측은 양형이 가벼워 부당하다는 이유로 항소했지만 2심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A씨의 유령 법인 계좌가 개설된 것은 금융기관 업무 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A씨의 업무방해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
업무 담당자가 충분히 심사하지 않고 제출된 자료를 가볍게 믿었을 경우, 금융기관의 업무가 방해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금융기관에 제출한 서류들은 법인 명의 계좌개설 시 기본적으로 구비하여야 할 서류들로 보일 뿐, 계좌 명의자인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거나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등의 금융거래 목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23년 8월에도 계좌 개설 신청인의 거짓 답변을 금융기관 업무 담당자가 증빙자료 확인도 없이 법인 명의 계좌를 개설해 준 사건에서 신청인의 업무 방해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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