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4-09-30 06:00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검찰이 구체적 이유를 밝히지 않고 공소 제기를 취소했다가 약 한 달 후 동일한 공소사실로 다시 기소한 경우 형사소송법상 재기소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공소기각 판결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공소기각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검찰은 A씨의 공소장 내용 일부를 수정하는 공소장변경을 신청해 법원의 허가를 받았으나 2018년 5월 A씨의 공소사실 전부를 취소한다며 구체적 사유를 기재하지 않은 채 공소취소장을 제출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A씨에 대한 공소를 기각했고 결정은 그대로 확정됐다. 형사소송법 제328조 1호에 따르면 검사의 공소가 취소됐을 때 법원은 공소기각 결정을 해야 한다.
형사소송법 329조는 공소취소 후 그 범죄사실에 대한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에 한해 다시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1심은 "이 사건 공소는 공소취소 후 재기소를 제한하는 형사소송법 329조를 위반해 제기된 때에 해당한다"며 형사소송법 327조 4호에 따라 공소기각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각 증거들이 공소취소 후 비교적 단기간인 한 달 남짓한 기간 내에 수집된 사정을 고려해보면 검사가 새롭게 조사해 제출한 증거들은 공소취소 후 새로 발견된 증거라고 볼 수 없거나 충분히 유죄의 확신을 가지게 될 정도로 중요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항소심도 "이 사건 공소제기는 '공소취소 후 그 범죄사실에 대한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선행사건에서 검사가 공소취소를 한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워 형사소송법 법문에 충실하게 공소취소 후 재기소 요건이 충족됐는지 여부만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증거불충분으로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있으나 새로 발견된 증거를 추가하면 충분히 유죄의 확신을 가지게 될 정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형사소송법상 공소취소 후 재기소 요건의 적용범위와 해석 등에 관해 채증법칙을 위반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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