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4-10-26 13:11
[서울=뉴스핌] 온종훈 정책전문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5일(현지 시간) 심상치 않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원·달러 환율에 대해 "타깃(특정한 환율 목표)보다 변동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워싱턴 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그룹(WBG) 연차 총회에 참석한 뒤 한국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환율이 너무 빨리 절상 또는 절하되지 않는가에 주목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지난 4월의 원·달러 환율 급등 당시 "시장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최근의 변동성은 다소 과도하다"며 "환율 변동성이 계속될 경우 우리는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설 준비가 돼 있으며, 그렇게 할 충분한 수단을 갖추고 있다"고 말하는 등 개입 의사를 나타낸 바 있다.
이날 이 총재의 발언은 아직 한은이 4월과는 달리 원론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은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의 배경에서 당시와 달리 11월 5일 미국 대통령선거라는 중요 변수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전세계 외환시장에서의 달러화 강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과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0.50% 포인트의 금리 인하(달러 약세 요인)에도 달러가 강세를 보인는 것은 트럼프 재집권시 그가 공약한 미국의 관세 확대 정책 도입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 대책 강화와 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데 따른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한은은 내달 5일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와, 이어진 6∼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지켜본 뒤 외환시장 개입이 필요한지 여부 등을 판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 총재와 같이 미국을 방문 중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달러에 대한 원화 약세가 가파르다는 지적에 대해 "글로벌 '강(强)달러' 현상과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약세 속도가 다른 나라 통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른 면이 있어 정부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뒤 "환율 변동성을 각별히 주시하고 있기에 '쏠림 현상'이 있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시간 지난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일 보다 8.5원 상승한 1388.7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지난 7월 3일(1390.6원)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ojh11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