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결혼을 하지 않고도 아이를 낳아 키우는 '비혼 출산'을 긍정적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현실화를 두고 이견이 빚어지고 있다.
◆ 남성, 여성 보다 비혼 출산 동의 비율 높아 "인식 변화 부터"
배우 정우성(51)과 모델 문가비(35)가 결혼하지 않고 부모로서 아이 양육을 책임지겠다고 밝히며 '비혼 출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배우 정우성 [사진=아티스트컴퍼니] |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사회조사와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국민(13살 이상) 10명 중 4명은 '비혼 출산'에 긍정적으로 답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전체 인구의 37.2%로, 2년 전보다 2.5%포인트(p) 증가했다. 이 수치는 2012년(22.4%)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다.
10대부터 40대까지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넘는 40% 이상이 '비혼 출산'에 동의했다. 50대 이상에서는 35%대에서 20% 후반까지 고령대로 갈수록 비율이 낮아졌다.
성비로 보면 남성이 비혼 출산에 대해 여성보다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30대 회사원인 최원철(가명·남) 씨는 "결혼은 원하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면 비혼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인식은 통계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비혼 출산에 대해 남성이(39.1%) 여성보다(35.3%) 더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비혼 출산에 반대하는 비율도 남성(60.9%)이 여성(64.7%)보다 더 낮았다.
다만 최 씨를 비롯해 다수의 시민은 양육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최 씨는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임신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존재하는 등 인식의 변화부터 선행되어야 한다"며 "이러한 변화 없이는 아무리 좋은 제도도 유용해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교육업계 종사자였던 유해연(32·여) 씨는 "출산은 개인의 권리인 만큼 비혼 출산에 찬성하지만, 한국의 사회 보장 시스템이 미흡해 현실적 어려움이 많다"며 "사교육과 공교육 모두에서 보호자가 수행해야 할 역할이 크기에 아이가 경험할 불이익이나 박탈감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 비혼 출산 반대 목소리도 "양쪽 양육자 있는 가정이 육아에 유리"
모델 문가비 |
반대 목소리도 나왔다. '비혼 출산'이 아이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선택이라는 이유에서다. 김유리(47·여) 씨는 "어른들의 결정보다 아이의 입장을 중심에 둬야 한다"며 "아이의 정서적 안정과 사회적 낙인을 고려할 때 부모가 있는 가정이 양육에 더 유리하고, 정우성 같은 부자 아빠가 아닌 이상 현실적으로 경제활동과 양육 병행은 어렵다"고 말했다.
20대 회사원 이재원(29·가명) 씨는 "비혼 출산이 정우성 이슈와 같이 대중적 이슈로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건 사회적 퇴보로 보여지지만, 아이를 키우는 건 다른 문제"라며 "둘이 키워도 힘든 상황에서 태어날 때부터 편부모 가정을 맞닥뜨려야 하는 아이의 선택지는 고려되지 않은 것"이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비혼 출산'에 대한 의견은 갈리지만, 혼인 외 관계의 출생 아동 수는 10년간 꾸준히 늘고 있다. 이에 관련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출생 통계에서 혼인 외 출생아는 1만 900명으로 전년 대비 1100명 늘었다. 전체 출생률이 낮아지는 것과 반대로 혼인 외 출생아 비율은 10년간 증가하고 있다.
대학생인 박석재(27·남) 씨는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출산은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며 "관련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30대 회사원 조현아(가명·여) 씨는 "아이를 안 낳는 분위기에서 비혼 출산이 돌파구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미혼모·미혼부·조손 및 이혼가정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용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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