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백승은 기자 = 올해 한국 경제가 2%대 성장에 그친 가운데, 내수 침체 먹구름이 장기화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투자까지 크게 줄어들었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이른 시일 내에 투자 활성화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24년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0월 전(全)산업 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3.0(2020년=100)으로 전월보다 0.3% 감소했다.
전산업 생산은 올해 5~7월 석 달 연속 감소하다가 지난 8월 반등했지만, 지난 9월 한 달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10월 역시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산업 생산 중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가 이끌며 전월 대비 보합 수준이었지만, 서비스업은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서비스업 분야에서는 도·소매(-1.4%) 등이 뒷걸음질 쳤다.
산업뿐만 아니라 소비(소매판매)도 0.4%, 설비투자는 5.8% 줄며 산업·소비·투자가 모두 줄어드는 '트리플 감소'를 보였다. 트리플 감소는 지난 5월 이후 5개월 만이다.
재화 소비 동향을 알 수 있는 소매 판매 중 가전제품 등 내구재(-5.8%)에서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심의관은 "10월에 평년 기온보다 높아 난방 제품 등 가전제품 판매가 감소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라고 설명했다.
소매 업태별로 보면 면세점(-18.1%)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최근 화장품 판매가 많이 줄었다"며 "과거에는 소위 '보따리상'이라고 해서 중국 관광객이 한국 면세점에서 화장품을 대량으로 구입해 자국에 판매하곤 했는데, 최근에는 이런 규모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2024년 10월 산업활동동향 [자료=통계청] 2024.11.29 100wins@newspim.com |
설비투자는 매달 증가했다가 다시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올해 7월에는 전월 대비 9.7% 증가했지만 8월 다시 5.6% 줄었다. 9월에는 10.1%로 껑충 뛰었으나 한 달 만에 또 5.8% 감소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설비투자가 매달 출렁이는 경향을 보인다"고 언급했다.
최근 기준금리 인하에 설비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시각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이르다'고 관측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금리 인하에 가장 빨리 반응하는 분야가 설비투자"라며 "그렇지만 금리가 아직도 높은 수준이고, 반도체나 석유·화학 등 큰 분야에서의 투자가 덜 이루어지고 있어 당분간 설비투자는 미진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건설업은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건설기성은 토목(-9.5%), 건축(-1.9%) 등에서 공사 실적이 줄어 전월 대비 4.0% 줄었다. 건설기성이 감소한 것은 6개월째로, 2008년 1~6월 이후 16년 4개월 만에 최장기간 감소세다.
앞으로의 건설업 현황을 보여주는 건설수주 역시 건축(-22.9%)의 부진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9% 급감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보합이었다. 앞으로의 경기 상황을 전망해 주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1p 하락했다.
한편 정부 역시 이와 같은 내수 부진 및 저성장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5~10월호까지 6개월간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11월호에서 "완만한 경기 회복세"라며 표현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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