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4-12-07 22:34
[서울=뉴스핌] 방보경 송현도 기자 = "윤석열을 탄핵하라!"
오후 10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된 후 30분이 지났음에도 여의도 국회 6문에서 탄핵을 외치는 소리는 가라앉지 않았다. 시위 참가자들은 자리를 떠나는 듯했지만 이내 빠르게 인파가 몰리면서 인원이 100여명까지 늘었다. 이들이 색색의 응원봉을 흔들자 도로 반대편에서 낡은 14번 버스도 경적을 울리며 화답했다. 영화 소품으로 쓰이는 버스라고 설명한 정지수(24) 씨는 "80~90년대 과거 배경으로 촬영할 때 쓰는 버스인데, 항쟁 이미지를 참고해서 가지고 왔다"고 전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에서 퇴장하면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탄핵소추안이 투표 불성립됐다. 의결 정족수인 재적의원 3분의 2(200석)에 미달할 경우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회가 마무리되기는커녕 오히려 인파가 늘고 있다. 의원들이 퇴근할 수 없도록 문을 막겠다는 것이다. 의원 몇몇이 담을 넘었다는 소식이 들리자 몇몇이 우르르 몰려가기도 했다. 홍지연(29) 씨는 "인터넷으로 어디가 사람이 없는지 빠르게 알 수 있어서 6문 쪽으로 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국회 정문 앞에서도 집회 열기가 가라앉지 않았다. 탄핵소추안 폐기 소식을 들은 범국민 촛불 대행진 참가자들은 "천벌받을 거다" "이게 뭐냐" 라며 아우성치는 것도 잠시,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퍼지며 시민들은 다음을 기약하자고 환호했다. 시위 주도자는 "윤석열은 더 이상 국민의 대통령이 아니다. 탄핵 소추안은 무효고 국민의힘은 내란 동조 행위를 하고 있다. 국민들이 제2, 제3의 계엄을 겪어야하는지 참담하다"며 "다시 탄핵안이 발의된다고 하니 퇴진 처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탄핵까지 끝까지 함께 싸울 것"이라고 했다.
친구 2명과 함께 춘천에서 왔다는 이모(23)씨는 "자기 당을 지키겠다고 탄핵을 반대하는 건 나라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이라는 당 이름과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미술대학에 재학 중인 김모(22)씨도 실망감을 표했다. 김 씨는 "계엄령 당시에 야작을 하느라 학교에 있었는데, 다들 우왕좌왕했다"며 "자칭 보수라고 칭하던 학우도 대한민국 보수는 망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날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도 돋보였다. 해산하는 과정에서 안내 요원의 지시를 따라 국회의사당역으로 한줄로 들어가는 등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였다. 나서서 쓰레기를 정리하는 모습도 발견됐다. 대전에서 온 권모(58)씨는 "어지럽힌 담배꽁초라든가 쓰레기는 스스로 치울 것"며 "오늘 날을 샐 목적으로 왔으니까 조금 힘들어도 제가 쓰레기 정리라도 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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