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5-02-26 16:01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며 과도한 보수를 받는 그룹 총수들에 대한 주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책임경영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은 임원 보수 산정 기준을 공개하는 주주제안을 다가오는 주주총회에 상정했다. 국회에서도 미등기임원 보수 체계를 심의·의결하는 법안이 논의되면서 기업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은 내달 20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 안건을 상정한다.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가 제안한 주주제안을 보면 임원보수 산정기준 보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주주제안의 원인은 현재 미등기임원인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과 그의 장남 김남호 회장이 DB하이텍의 미등기임원임에도 불구하고 받아가는 보수가 과도하다는 수액주주들의 불만에 따른 것이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DB하이텍이 지난 2021~2023년 김준기·김남호 회장에게 지급한 보수는 모두 179억원. 같은 기간 등기이사들이 받아간 총 보수(59억원)의 3배에 달한다. 소액주주연대와 경제개혁연대는 김준기·김남호 회장이 받는 보수가 업무집행에 대한 정상적인 대가로 보기 어렵고, 일반주주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을 빼앗아갔다며 대표소송을 준비중이다.
현재 미등기임원으로 보수를 받는 그룹 총수는 김준기 회장을 비롯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이재현 CJ 회장이 대표적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지주를 비롯해 일부 계열사에 등기이사에 올라 있지만 미등기임원으로 있는 계열사에서도 보수를 받는다.
반대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우 8년째 사법리스크가 이어지며 등기이사 복귀가 미뤄지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이 회장에게 보수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경제개혁연대와 소액주주 주주행동 플랫폼인 '액트'는 이마트에도 주주제안을 제출, 주주총회 보수심의제(Say on Pay)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이마트 실적과 주가에 비해 정용진 회장을 비롯한 이명희 총괄회장, 정재은 명예회장이 받는 보수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유럽연합은 주주총회가 보수정책에 대한 승인 권한을 갖거나, 보수보고서에 대해 권고적 효력을 갖는 표결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는 것이 경제개혁연대의 주장이다.
각 기업들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미등기임원에 대한 보수 산정 기준을 간략히 밝히고 있다. 이마트는 2023년도 사업보고서에서 정용진 회장의 보수 산정 기준으로 "지속적인 사업혁신과 기업문화 개선을 통해 기업의 선도적 위치를 공고히 하고, 중장기 성장동력 개발을 위한 필요역량 확보 등에 기여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쇼핑은 2023년도 미등기임원인 신동빈 회장의 상여 산정기준으로 "회사의 경영성과와 리더십, 윤리경영, 기타 회사 기여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정했다"고 밝혔다.
재계는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을 비롯해 국회 발의돼 있는 법안들이 경영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이사회 내 보수위원회를 설치하고, 이 위원회에서 미등기임원을 포함한 임원 보수체계를 심의, 의결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