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5-03-05 17:50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폐지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을 다시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미 연방 의회에서 "끔찍한 반도체법과 남은 것은 모두 없애야 한다"며 해당 법으로 지급되는 보조금을 차라리 부채 상환 등에 사용하자는 주장을 폈다.
지난 2022년 초당적으로 통과된 반도체법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을 건립하는 업체에 총 527억 달러를 지원하는 법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을 통해 기업들이 미국 내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반도체법을 비판해왔다. 그는 "높은 관세가 기업들에게 보조금 없이도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하며, 반도체법에 대해 "끔찍한 거래"라는 표현을 써왔다.
반도체법에 의한 보조금 혜택을 기대하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온 기업들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17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진행 중이다.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 수령을 전제로 한 투자였다. 그러나 반도체법이 철회될 경우 투자와 공사 일정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애리조나주에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을 건설 예정인 SK하이닉스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투자를 늘리고 있는 TSMC는 지난해 4분기부터 미국 정부가 약속했던 보조금 66억 달러(약 9조5726억원) 중 22%에 해당하는 15억 달러를 지급받았다. 애리조나 공장에서 미국 역사상 최초로 4nm(나노미터, 1nm=10억분의 1m) 공정의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오는 2030년까지 세계 최첨단 로직 칩 생산의 20%를 차지하길 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TSMC를 비롯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자국 내 투자를 계속해서 압박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사업 실적이 부진하고 한국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도 예정돼 있어 미국 내 빠른 투자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새로 짓고 있는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의 칩 생산은 빨라야 내년 하반기"라며 "새 공장을 가동할 때까지 보조금에 대한 불확실성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