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5-03-28 18:16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세종문화회관(사장 안호상) 서울시극단(단장 고선웅)의 올해 첫 연극 '코믹'이 베일을 벗었다. 쫀득한 말 맛부터 절로 웃음을 자극하는 슬랩스틱까지 두루 소화하는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28일부터 서울시극단의 '코믹'이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대표적인 신체극 연출가 임도완이 카를 발렌틴의 여러 단편을 재구성해 우리 나라의 유머 코드에 맞게 각색을 했다. 프롤로그를 포함해 총 10개의 에피소드를 선보이는 '코믹'에서는 웃음의 의미와 다양한 사투리를 통한 말장난 개그, 슬랩스틱이 난무하는 상화 속에 일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웃음이 가득하다.
특히 임도완 연출은 '병원이더래요' '내 안경 어데 있노?' '그거시 우정이랑가?' '극장에 갈 채비' '모자사러 왔습네다' '이혼 법정' '떠넘기기' 등 대부분의 에피소드를 통해서 둘 이상의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 속 소통의 오류를 지적한다. 용건이 있어 찾아온 환자나 남편, 조문객 등을 대하는 또 다른 인물은 의도적으로, 또는 의도치 않게 그의 말꼬리를 잡으며 시비 아닌 시비를 걸고, 이 장면들은 소소하게 웃음을 유발한다. 이같은 상황을 반복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임 연출은 에피소드 별로, 또 전체 에피소드들을 관통하는 웃음의 실체를 같은 톤으로 맞춘다.
에피소드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우리 나라 지역 곳곳의 사투리를 만날 수 있는 점도 특별하다. 다양한 매체에서 주로 등장해 모두에게 익숙한 경상도 사투리부터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북한, 연변까지 거의 모든 특이한 말투로 구사하는 다양한 한국어 방언을 즐길 수 있다. 원작에서도 다양한 지역 방언이 나오는 점을 감안해 사투리의 폭넓은 사용을 작품에 녹여낸 임 연출의 '말 맛'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코믹'은 이 연극을 보러 오는 이들이 기대하는 바를 어느 정도 충족시키는 작품이다. 깊이 빠져들어 묵직한 메시지를 고민할 필요 없이, 순간적이고 즉각적인 말장난에 실컷 웃을 준비를 하고 온다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친구 사이, 부부 관계, 건망증, 소통 오류, 이혼, 영원히 연결되지 않는 ARS 서비스를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편안하게 앉아서 마음을 열고 웃을 수 있는 연극이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