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핌=장윤원 기자] 창작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가 완전히 새로워진 포맷으로 막 올랐다.
초연 작(1995년)의 주제는 ‘가슴 저리고 애틋한 형제애’였다. 이 작품은 지난 14년간 꾸준히 공연되면서 등장인물의 세부 설정이나 갈등·화해의 과정이 다양하게 각색돼 왔지만, ‘형제애의 먹먹한 감동’이라는 극을 관통하는 주제는 그대로였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선 전달하는 메시지가 형제애가 아닌 ‘잊혀지지 않는 사랑’으로 확 바뀌면서, 이걸 과연 ‘재연’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낳는다. 왜 ‘창작초연’이란 타이틀과 새 제목으로 나오지 않았을까.

이는 초연과 이번 공연의 프로듀서인 김용현 감독과 제작진의 “‘사랑은 비를 타고’라는 제목을 그대로 가져오고 싶단 바람”에서 비롯됐다. 기획 및 제작을 맡은 (주)팍스컬쳐 측은 “지난해의 공연과 이번 공연은 세부 설정 상 유사하다”는 설명도 덧붙였지만, 주제가 바뀐 마당에 등장인물의 직업이 동일하다는 이유로 이전 공연들과 같은 작품이라 할 수 있을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그럼에도, 2014년 새롭게 선보이는 내용은 ‘사랑은 비를 타고’라는 제목에 한층 걸맞아 보인다. 비 내리는 날 떠난 사랑, 비에 옷깃이 젖듯 서서히 다가오는 사랑이 세 주인공의 사연을 빌어 담담하게 그려진다. ‘사랑을 비를 타고’라는 표제로만 본다면 앞선 작품들과의 연결고리는 남은 듯하다.
무대는 극 중 지후가 사랑하는 여자 박하를 홀로 기다리다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서 시작된다. 비극적 상황은 정반대의 모습과 대조될수록 극대화되기 마련이지만, 이 작품은 등장인물들의 행복했던 과거까지 친절하게(혹은 구구절절히) 보여주진 않는다. 그럼에도 관객은 무대 위 감정에 울고 웃는다.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에는 음악의 공이 큰데, 웅장하거나 격정적인 넘버는 아니지만 전달력에 있어 대형뮤지컬 못지 않은 힘이 느껴진다.

소극장공연인 만큼 무대와 관객 사이의 거리는 비교적 가깝다. 이 같은 근접성으로 관람이 부담스럽거나 불편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접어도 좋을 듯하다. 적당한 호응 유도와 배우들의 깨알 같은 유머가 소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색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관람 팁을 덧붙이자면, 배우들의 발을 유심히 보는 것이 좋다.
당분간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겠으나, 언젠가 비가 내리면 불현듯 생각날 것 같은 뮤지컬이다.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는 오는 8월2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블루에서 공연된다. 전석 4만5000원, 만 7세 이상 관람가. 티켓예약은 인터파크에서 가능하다.
사진=(주)팍스컬쳐
[뉴스핌 Newspim] 장윤원 기자 (yu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