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핌=장윤원 기자] “연극이 사람 사는 이야기 아닙니까? 저도 여러 작품을 하면서 이런 삶도 있고 저런 인생도 있다는 것을 배웁니다. 연극으로 다양한 삶의 방법과 모델을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어요.”
데뷔 60주년을 맞는 임영웅 연출의 말이다. ‘사람다운 삶을 살려고 하는 모든 분들에게 연극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마음으로 연극 외길을 걸은지 60년. 임영웅 연출의 연극 환갑 잔치를 기념하기 위해 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 박동우 무대 디자이너, 배우 손숙, 한명구, 서은경이 의기투합, 연극 ‘가을소나타’를 올린다.
연극은 영화를 통해 인간의 내면세계를 탐구해온 거장 잉마르 베르히만(스웨덴)의 동명 원작 영화(1978)를 바탕으로 재구성됐다. 지난 2009년 국내 초연 이후 5년 만에 한국 관객과 만난다.

7년 만에 재회하는 모녀는 다정하게 서로를 끌어안으면서도 어쩐지 불안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마침내 과거의 이야기가 화두에 오르고, 책장을 한 장씩 거꾸로 넘기 듯 진행되는 모녀의 회상, 그리고 갈등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난 엄마라는 내 모습이 어색하고 불안했어.”(살롯)
“엄마는 내게 있는 예민하고 섬세한 것들을 멍들게 하고, 살아있는 것들의 숨통을 막으려고 했어요!”(에바)
모성애라는 관습적 인식에 반하는 이야기는 흥미로운 불편함을 자아내고, 팽팽함과 느슨함을 오가는 모녀의 대립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자기 방어의 처절함, 소통의 부재에서 온 상처가 담담히 그려진다. 아울러, 뼈아픈 상흔을 뒤로 한 화해의 가능성이 여운을 남긴다.
극중 샬롯은 자식들에 대한 ‘죄책감’과 자기애에서 비롯된 ‘회피와 자기합리화’ 사이에서 갈등하며 혼란스러워한다. 에바 역시 어머니에 대한 애증과 방관을 동시에 표현하는 등 복잡한 심리를 드러내는 인물. 평행선을 달리는 모녀의 대치가 불편함과 더불어 애잔함,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가운데, 두 여인의 내면이 외치는 목소리에 주목한다면 극의 재미가 두 배가 될 듯하다.

잉마르 베르히만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한 동명 원작 영화(1978)는 그의 후기 성향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힌다. 그의 작품은 내면의 심리상태를 초현실적인 기법으로 묘사한 것이 특징.
한편, 임영웅 연출은 1955년 유치진의 연극 ‘사육신’으로 데뷔, 이후 ‘고도를 기다리며’, ‘위기의 여자’,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등 60년간 다양한 연극을 연출하며 사실주의 연극의 대가로 존경 받고 있다.
지난 22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막 오른 연극 ‘가을소나타’는 오는 9월6일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8세 이상 관람가, 3~5만 원.
[뉴스핌 Newspim] 장윤원 기자 (yu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