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뷰] 한 폭의 수채화같은 뮤지컬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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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장윤원 기자]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 아련하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동명 원작 영화가 뮤지컬 ‘러브레터’로 재탄생했다. 
 
무대는 후지이 이츠키(男)의 사망 2주기 추모식을 그리며 막 오른다. 죽은 연인을 잊지 못하는 와타나베 히로코(김지현 곽선영)는 그의 중학교 졸업앨범에서 옛 주소를 발견하고 그리운 마음에 안부를 묻는 편지를 띄운다. “잘 지내고 있나요?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라고.
 
그리고 며칠 뒤, ‘이츠키’라는 사람으로부터 기대하지 않았던 답장이 날아온다.편지를 보낸 사람이 죽은 연인와 같은 이름을 가진 여자이자 중학교 동창임을 알게 된  히로코는 편지를 통해 죽은 연인을 추억하고 그리워한다.
배우 김지현, 곽선영은 옛사랑을 잊지 못하고 편지를 보내는 신비로운 분위기의 와타나베 히로코 역과 어디서 왔는지 모를 편지에 속는 셈 답장을 보내는 수더분하고 밝은 후지이 이츠키 역으로 1인2역을 맡는다. 
 
김지현은 뮤지컬 ‘그날들’ ‘번지점프를 하다’ ‘프라이드’ ‘카페인’ 등으로 뛰어난 작품 해석 능력과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줘 왔다. ‘러브레터’에서도 극과 극 두 캐릭터의 미묘한 감정선을 세심하게 표현하며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한 노래나 가사를 통한 감정 전달에서도 아쉬운 부분이 없다. 김지현과 더블로 무대에 오르는 곽선영 역시 관객과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호연을 이어가고 있다. 
 
뮤지컬 ‘러브레터’에서 극을 이끌어가는 캐릭터는 대다수 뮤지컬과 달리, 남성이 아닌 여성 캐릭터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이츠키와 히로코, 두 인물의 감정선을 모두 표현해야 하는 동시에 대극장을 아우르는 가창력까지 겸비해야 하는 만큼 아무나 소화할 수 없는 캐릭터다. 그럼에도 이를 완벽하게 해내는 두 여배우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외에도 아키바 역 박호산, 소년 이츠키 역의 조상웅, 이츠키 어린시절 역의 유주혜, 이츠키의 엄마로 등장하는 강정임, 할아버지 역 이서환까지, 구멍 없는 캐스트로 극을 알짜게 꾸려간다. 
귓가에 착 감기는 작품 넘버도 ‘러브레터’의 강점으로 꼽힌다. 소년 이츠키와 소녀 이츠키가 함께 하는 ‘벛꽃’ ‘좋아하는 사람 있니’ 등은 풋풋하고 사랑스럽다. 이는 작품의 주요 테마인 ‘첫사랑’과 맥을 같이 하며 여운을 더한다. 한편, 앙상블이 함께 하는 ‘잘 지내고 있나요’나 1막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히로코의 솔로 넘버 ‘기억이나’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뮤지컬 ‘러브레터’는 ‘첫사랑’과 더불어 ‘성장’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아픈 기억에 사로잡힌 히로코와 아픈 기억을 외면한 채 무던히 살아가는 이츠키. 두 인물이 여러 사람과의 만남, 대화 속에서 성장해가는 모습들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따뜻하게 펼쳐진다.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원작영화 속 명장면, 새하얀 설원에서 “오겡키데스까”를 외치는 히로코의 모습은 뮤지컬을 통해 새로운 형태로 만나볼 수 있다.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이 장면은 단조롭지만, 보다 서정적으로 그려지며 감동을 준다. 눈이 아닌 벚꽃이 흩날리고, 그 와중에 눈덮인 언덕을 연상시키는 무대가 원작의 감동을 재현한다. 
 
대본과 작사에 윤혜선, 작곡 김아람, 연출 변정주, 안무가 박은영, 음악감독 김길려가 함께 했다. 
 
올겨울 다시 보고 싶은 뮤지컬로 손꼽히는 ‘러브레터’는 오는 2월15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된다. 미취학아동입장불가, 6만~8만 원. 
 
[뉴스핌 Newspim] 글 장윤원 기자 (yunwon@newspim.com)·사진 ㈜PAC Kore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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