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재벌개혁론자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이어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21일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되면서, 재계는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를 '긴장 반 기대 반'의 심정으로 바라봤다. 재벌 저격수의 잇따른 등용이 가져올 대기업정책 기조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발전적인 시장경제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21일 재계는, 이날 문재인 정부의 일부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 인선에 대해 공식 입장은 자제했다. 주요 경제단체의 논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장 신임 정책실장이 대표적인 진보 경제학자이자, 풍부한 시민사회단체 경험을 가졌다는 점에서 앞으로 강도높은 재벌개혁이 이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을 나타냈다.
앞서 기업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에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지명된 터라 긴장감은 더 높아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대표적인 재벌 저격수로 볼리는 분들이 잇따라 등용된 것은 재벌개혁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두 분이) 균형잡힌 시각의 기업관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사견을 전했다.
4대그룹 등 대기업의 여러 관계자도 문재인 정부의 재벌정책 기조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짧막한 입장을 표했다.
다만,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새 정부의 재벌개혁이 무차별적으로 대기업을 때리겠다는 것이 아닌만큼, 오히려 발전적인 시장경제 정착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4대그룹 계열사의 한 대기업 임원은 "(장하성 교수가) 삼성저격수라는 별칭도 있지만 기업들이 걱정할 정도의 닫힌 기업관을 가진 분은 아니다"라면서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가 높은 분이라 기업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방향에서 일관되고 연속성을 가진 정책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기업 관계자도 "재벌개혁이라는 것이 무분별하게 대기업을 때리겠다는 것이 아니질 않느냐"면서 "법 개정 등 당분간은 오래된 오너십 경영문화를 위축시킬 요소는 있지만, 오랜기간 재계의 문제점을 연구하며 발전적인 시장경제를 고민한 분들이 요직을 맡았다는 것은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고 했다.
장 정책실장은 이날 임명 직후 재벌개혁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기업은 우리 모두의 일자리로서 매우 소중하다"면서 "재벌을 두드려패는 건 전혀 어울리지 않다"고 밝혔다. 재벌개혁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공신화를 쓰기 위한 것으로, 함께 잘 사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기업 생태계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다는 견해다.
앞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도 "재벌개혁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 내에서도 잇따른 진보 경제학자의 등용이 문재인 대통령의 재벌개혁 의지이지만, 경제에 미칠 영향 등도 신중히 고려한다는 뜻이 담긴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창출 등 국민경제의 장기적인 개혁그림을 그릴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이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김동연 아주대 총장을 지명했다. 김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거시경제 통찰력과 조정 능력을 겸비한 경제전문가이자, 그 자신이 흙수저 신화를 이뤄낸 인물이라는 점에서 사람중심 경제정책을 펴나갈 적임자로 기대를 모은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 재계팀장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