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재정 위기를 맞은 그리스가 지난 2014년 이후 3년만에 처음으로 채권시장에 컴백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로존 회원국의 구제금융 지원이 순탄치 않은 상황이지만 26일 그리스의 채권 발행에 탄탄한 수요가 몰렸다.
이날 주요 외신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가 2022년 만기 국채를 30억유로 규모로 발행했다. 전체 물량 가운데 절반 가량은 기존 채권의 차환 발행이 차지했다.
5년 만기 신규 국채는 4.625%의 수익률에 발행됐다. 기존의 2019년 만기 국채가 3.2% 선에서 거래되는 점을 감안할 때 투자자들은 스왑을 통해 쏠쏠한 프리미엄을 챙긴 셈이다.
앞서 IMF가 그리스에 18억유로 규모의 대기성 차관을 지원하는 데 동의한 가운데 이날 국채 발행이 성공적으로 이뤄지자 정부 측은 새로운 구제금융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국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은 그리스가 상환해야 할 총 부채의 1%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그리스 정부는 2018년 중반으로 예정된 3차 구제금융 종료에 앞서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추가로 조달한다는 계획이지만 부채 위기를 벗어나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국채 발행을 통해 그리스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확인됐다는 데 의미를 두는 모습이다.
캐피탈의 기세페 디 미노 헤지펀드 부문 이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그리스 정부는 외부의 자금 수혈 없이 일어설 수 있다는 확신을 시장에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이날 국채 발행 결과에 대해 "예상했던 것보다 나은 성과를 거뒀다"며 "지금부터는 내년 8월까지 2차, 3차 발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채 위기 이전에 비해 25% 이상 위축된 그리스 경제는 올해 1분기 성장을 회복했다. 하지만 실업률이 유로존 평균치의 두 배인 22%에 이르고, 이 때문에 내수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지 않는 등 펀더멘털이 부실하다는 평가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