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 성질' 알면 성능 보인다
물질의 성질을 표현하는 3가지 대표적인 물리적 상수는 물질의 유전율(dielectric permitivity), 투자율(magnetic permeability)과 전도율(conductivity) 상수다.
유전율은 물질의 전기적 성질을 나타내며, 유전율이 큰 물질로 전자 부품을 만들면 같은 전압을 걸어도 전자가 더 많이 모을 수 있다.
다음으로 투자율은 자기장 세기를 결정하는 물질의 성질을 표현한다. 철과 같이 투자율이 큰 물질을 이용하면 작은 전류를 이용할지라도 큰 세기의 자장의 만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물질 상수가 도전율이다. 전압을 가했을 때 얼마나 많은 전류를 많이 흘릴 수 있는가 하는 것을 표현하는 상수이다. 구리, 금, 은 등이 도전율이 높은 물질이고 도전율이 높아 아예 낮은 온도에서 저항이 '0' 인 물질이 초전도체 물질이다.
그런데 주변 상황, 즉 가해진 전압에 따라 도전율이 높아지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하는 변화의 성질을 가진 이중적인 물질이 반도체이다. 이처럼 물질의 성질은 궁극적으로 소자나 시스템의 성능을 좌우한다.
투명 망토? 이론적으로는 가능
그런데 자연계에서는 존재하는 물질의 물질 상수는 '0' 보다 큰 양의 값을 갖는다. 그런데 인공적으로 물질을 만들어, 빛의 영역의 특정 파장에서 물질의 상수가 음의 값을 갖도록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유전율과 투자율이 모두 음의 값을 갖는 인공 물질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인공적인 물질을 '메타 물질(DNG Mata-material)'이라고 한다. ‘메타’는 희랍어로 ‘범위나 한계를 넘어서다’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메타물질은 말 그대로 자연 물질의 한계를 넘어선 물질이나 다름없다. 빛의 파장의 크기에 해당하는 주기성을 갖는 격자를 나노기술로 제작하게 되면, 두 가지 상수 모두 음의 영역을 갖는 메타 물질을 '투명 망토'라고 부르기도 한다.
유전율과 투자율이 모두 음이 되면 빛이 다른 물질을 만날 때 자연계의 현상과 반대 방향으로 꺽인다. 예를 들어 유리잔에 물을 채우고 젓가락을 담그면 반대 방향으로 빛의 전진 방향이 꺽이게 된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면 앞에 물체가 가려도 뒤의 물체를 눈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만 된다면 우리 눈에는 물체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뒤쪽의 모습만 보일 것이다. 그래서 마치 투명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런데 더 나아가 유전율만 '영' 또는 '음'인 물질(ENG 메타물질), 혹은 투자율만 '영' 또는 '음'인 물질(MNG 메타물질)을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다. 이 두 물질 모두 전기장 곡선이나 자기장 곡선이 모두 자연계의 현상을 따라가지 않고 반대 방향으로 꺽이는 성질이 있다. 이 물질 모두 특정 주파수에 파장 크기를 가진 주기적은 물질 설계를 사용해서 이러한 물질의 인공 성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투명 망토가 필요해
이러한 인공물질인 메타물질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핵심 부품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창조는 물질에서부터 온다. 예를 들어 반도체 D램 메모리에 전자 자장용량을 높이거나 주변 셀과의 간섭을 줄이는데 사용할 수 있다. 높은 전송 속도를 갖는 반도체 신호 배선 구조에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음의 값을 갖는 투자율 물질은 고전력 모터, 발전기, 무선 전력전송 장치에서 효율을 높이거나 전자파 발생을 줄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상상을 기반으로 한 미래 개척 혁명이다. 누가 가보지 않을 길을 간다. 그런 의미에서 상상력에 기초한 인공물질인 메타물질이 새로운 상상력을 촉진시킨다. 4차 산업혁명을 위해서는 물질 혁명도 필요하다.
joungho@kaist.ac.kr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