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톡] 피에로 가면을 쓴 '리차드 3세'…2인극에 압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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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극으로 재해석한 장 랑베르-빌드의 '리차드 3세'
7월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또 리차드 3세야?'하고 외면하지 말길 바란다. 언제나 새롭게 재해석 하는 것이 고전의 매력이라지만, 장 랑베르-빌드의 '리차드 3세'는 다르다. 감히 누가 2인극으로 만들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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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차드 3세' [사진=Tristan Jeanne-Vales 제공]

장 랑베르-빌드(Jean Lambert-wild)의 '리차드 3세'는 작품 내 등장인물이 40명에 달하는 원작의 대서사를 오직 2인극으로 완성한다. 장 랑베르-빌드는 연출가이자 작가, 배우이자 시인, 무대 디자이너이자 행위예술가다. 전통적인 연극 기법에 혁신적인 기술을 조합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주목받았다. '리차드 3세'를 단 두 명에서 풀어갈 수 있는 이유도 이 덕분이다. 영상과 소품 등 독특한 무대 효과를 활용한다.

장 랑베르-빌드는 '리차드 3세'를 광대로 풀어낸다.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형제와 조카를 무자비하게 제거하는 인물. 그는 신체 기형의 콤플렉스에, 평생을 거짓말로 살아간다. 수하들은 그를 배신하고 야욕을 이루지만 비참하게 죽는다. 어쩌면 늘 웃고 있지만 눈물을 흘리는 피에로와 비슷한 것도 같다. 그래서 광대의 '리차드 3세'는 어색하지 않다. 얼굴을 하얗게 분칠하고, 파자마를 입고, 목에 두른 장식 '엘리자베스 카라'까지 모두 피에로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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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차드 3세' [사진=Tristan Jeanne-Vales 제공]

무대 위 '리차드 3세'는 확실히 절대 악보다는 익살스럽고 유머러스하다. 그러나 순수 악이 더 무섭듯 장난기 가득한 행동 속에 담긴 인물의 잔혹함과 양면성이 더욱 드러난다. 무대 곳곳을 웃으며 활보하는 장 랑베르-빌드의 열연은 인물의 비극을 더욱 극대화한다. 특히 '리차드 3세'의 죽음을 맞이할 때 수 분간 와이어에 매달려 펼치는 연기는 매우 강렬하다.

'리차드 3세'와 엮이는 여인들을 비롯해 버킹엄 등 수하들, 즉 모든 주변 인물로 분하는 로르 올프 또한 박수받아 마땅하다. 쉴 새 없이 바뀌는 의상과 분장, 거기에 맞게 시시각각 변하는 연기와 대사톤, 무대뿐만 아니라 객석까지 활보하며 관객 호응을 유도하고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낸다. 그가 없었다면 2인극은 상상도 못했을 듯하다.

연극 '리차드 3세' [사진=Tristan Jeanne-Vales 제공]

색색의 화려한 이미지와 붉은 천으로 꾸며진 무대는 놀이동산을 연상케 한다. 특히 놀이동산에서 흔히 즐기는 풍선 터뜨리기, 해머치기, 공 던지기 등이 잔혹한 살해로 은유 되면서 놀라움을 안긴다. 여기에 영상까지 더해지면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독특한 미장센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올해 '리차드 3세'는 유난히 국내에서 많이 공연됐다. 올 초에는 배우 황정민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연극 '리차드 3세'(연출 서재형)가, 지난주에는 독일 연극계의 거장 토마스 오스터마이어의 '리차드 3세'가 공연된 바 있다. 그러나 장 랑베르-빌드의 '리차드 3세'는 다르다. 오는 7월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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