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의지의 사실상 첫 시험대로 평가 받았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협상에서 낙방했다는 데 주요 외신들이 의견을 모으고 있다.
지난 6~7일 협상을 마친 뒤 폼페이오 장관이 내놓은 결과물과 미국을 향해 날을 세운 북한의 반응은 온전한 비핵화에 대한 회의론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협상 결과와 관련, 동행했던 기자들에게 거의 모든 쟁점에 대해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지만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의 평가는 차갑다.
8일(현지시각) 폭스뉴스는 폼페이오 장관이 빈 손으로 평양을 떠났다고 보도했고, 워싱턴 포스트(WP)는 실질적인 비핵화 복안과 시간표를 이끌어내는 데 목적을 둔 그의 방북 결과는 실패라고 판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폼페이오 장관을 포함한 협상팀을 ‘폭력배’라고 비판한 데 대해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은 가운데 이날 CNN을 포함한 외신들은 그의 입지가 좁아졌다고 주장했다.
북핵이 더 이상 전세계에 위협이 아니라고 주장했던 그가 제대로 체면을 구긴 셈이라는 얘기다.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에서 비핵화 개념을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이견이 보다 분명하게 확인됐을 뿐 아니라 김 위원장이 핵 프로그램 포기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NBC뉴스는 북한 측이 핵 무기 및 관련 시설의 투명한 공개와 국제 기구의 사찰 허용을 포함해 핵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비핵화의 실질적인 수순에 돌입할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고, 비핵화 의지의 첫 시험에서 실패했다고 강조했다.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핵 전문가인 비핀 나랑 교수는 WP와 인터뷰에서 “북한은 핵 실험장 폐기를 미국이 생각하는 것보다 커다란 양보라고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언제든 재개할 수 있는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으로는 북한이 온전한 비핵화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온전하고 불가역한 체제 보장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구체적인 행동이 확인되기 전까지 김 위원장 역시 손에 쥔 카드를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인 38노스와 중앙정보국(CIA)은 북한이 핵 연료 생산과 원자로 냉각기를 포함한 시설 확충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폭스뉴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앞서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벌였던 역대 전 대통령과 같은 지점을 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어진 카드는 세 가지라고 전했다. 군사적 대응으로 북한의 핵 위협을 뿌리 뽑거나 김정은 정권을 국제 사회에서 경제적, 외교적으로 완전히 고립시키는 방안, 마지막으로 북한의 핵 보유를 받아들이고 중국까지 포함해 보다 거대한 위협 세력과 맞서는 등 강경책이 남은 옵션이라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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