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이 장기화되면서 일본과 미국의 무역교섭도 늦어지고 있다. 미일 무역교섭은 당초 1월 하순 경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셧다운 사태로 미국 내 절차가 늦어지면서 봄 이후에나 교섭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측 교섭 대표인 모테기 도시미츠(茂木敏充) 경제재생담당상은 지난 주말 무역교섭 개시 시기에 대해 “미국 쪽에서 약간 시간이 걸리고 있다. 언제 시작할지 정해지진 않았지만, 여러 관점에서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21일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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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미일 무역교섭 방침에 대해 설명하는 모테기 도시미츠(茂木敏充) 일본 경제재생담당상.[사진=지지통신 뉴스핌] |
일본 측은 ‘미일 물품무역협정(TAG)’, 미국 측은 ‘미일 무역협정(USJTA)’으로 부르는 무역교섭은 당초 1월 하순 시작될 것으로 보였다.
미국 국내법에서는 외국과 교섭을 시작하기 30일 전까지 교섭 목적을 공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섭을 담당하는 미 통상대표부(USTR)가 일본과의 교섭 목적을 공표한 것은 지난해 12월 21일이었다.
나아가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미일 협정의 경제적인 영향에 대한 보고서를 1월 24일까지 USTR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보고서 제출 후 교섭이 시작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미국 역사상 최장기를 기록한 셧다운 사태가 계속되면서 미일 무역교섭 시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말 추산으로 셧다운 중에도 업무를 계속하는 USTR 직원은 평상시의 30% 정도다. 그마저도 요즘 미국과 중국의 통상 협의가 한창 진행 중에 있어 당분간은 중국과의 교섭에 주력해야 할 상황이다.
16일 월스트리트저널은 통상 정책을 담당하는 미 상원 재정위원회의 찰스 그라스리 위원장이 일본 및 유럽과의 무역교섭에 대해 “늦어질 것이다”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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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 뉴스핌] |
한편, 미국의 강력한 압박에 2국간 교섭에 응하게 된 일본으로서는 교섭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아사히는 지적했다.
2018회계연도(2018년 4월~2018년 3월) 말까지는 내년도 예산안의 심의가 국회에서 이어지는 등 일본 정부가 미국과의 교섭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도 한정적이다. 모테기 장관도 지난해 9월 미국 측 교섭 대표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의 협의에서 “(내년) 2, 3월은 국회 일정으로 바쁘다”고 전달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 측이 교섭 개시를 서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출 확대를 요구하는 미 농업계로부터 조기 교섭 개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미국이 탈퇴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이어, 2월 1일에는 일본과 유럽연합(EU)의 경제동반자협정(EPA)이 발효된다는 사정이 있다. 이 경우 일본 시장에서 미국산 농산물은 호주산과 유럽산에 비해 고율의 관세가 유지되며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
14일 미 농업연합회 총회에서도 “(미일 무역교섭 지연은) 일본이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빌미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본 내에서는 미국이 중국과 EU와의 교섭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할 경우, 그 칼끝이 일본을 향하면서 압박 수위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는 우려감이 제기되고 있다.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