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가장 극적인 1000만 돌파였다. 영화 ‘알라딘’이 무려 개봉 53일 만에 ‘천만 영화’에 이름을 올렸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사실 ‘알라딘’은 출발 전부터 삐거덕거린 작품이다. 지니 역에 윌 스미스가 캐스팅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온몸이 시퍼런 윌 스미스의 충격적인(?) 비주얼이 공개된 후에는 여론이 더욱 악화됐다. 국내보다 먼저 개봉한 북미 반응은 미지근했고, 국내 언론시사회 평도 엇갈렸다.
이런저런 이유로 개봉 초기 관객 반응은 뜨겁지 않았다. 오프닝 스코어는 고작 7만5054명(역대 ‘천만 영화’ 중 오프닝 스코어가 10만 명 미만인 영화는 ‘알라딘’이 유일)에 불과했다. ‘악인전’에 밀려 박스오피스 1위에도 오르지 못했다. ‘악인전’의 힘이 빠지면서 잠시 정상에 오르기도 했지만, 그 기쁨을 채 만끽하기도 전에 ‘기생충’에게 1위 자리를 내줘야 했다.
‘알라딘’에 다시 불이 붙은 건 무려 개봉 25일 뒤의 일이었다. 개봉 5주 차 주말에는 ‘기생충’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정상 자리를 탈환했다. 입소문의 힘이었다. ‘알라딘’을 본 실관람객들의 평가가 좋았다. 이는 곧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져나갔다. N차 관람에 새로운 관객 유입이 더해졌다. 그렇게 시작된 역주행은 멈출 줄 몰랐고 1000만 돌파란 성과를 이뤄냈다.
‘알라딘’의 1000만 돌파가 특별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알라딘’은 관객이 먼저 알아보고 흥행을 이끈 작품이다. 언젠가부터 ‘천만 영화’의 관문이 돼버린 스크린 독과점 논란도 없었다. 개봉 이후 지금까지 이 영화가 가장 많이 확보한 스크린 수는 1409개. 바로 직전 ‘천만 영화’가 된 ‘어벤져스:엔드게임’은 개봉일에만 2760개의 스크린을 확보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알라딘’은 입소문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이다. 이 부분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영화의 흥행이 더 이상 영화사나 홍보사 측이 사전에 힘줘서 홍보하는 것에 달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다. 관객들의 입소문이 영화의 성패를 좌우하기 시작했다는 걸 볼 수 있는 사례”라고 짚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이제 관객들의 수준이 높아졌다. 예전처럼 단순히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나 공격적인 마케팅만으로는 영화를 흥행시킬 수 없다. 관객들의 입소문이 중요해졌고, 입소문만으로도 ‘천만 영화’에 등극할 수 있다는 걸 ‘알라딘’이 보여줬다. 그리고 이는 작품의 퀄리티가 중요해졌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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