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엽 심지혜 기자 = "작년 한 해만 42개 업체들이 1만3300건의 분석을 이곳 분석측정센터에서 진행했습니다"(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
"1년 동안?"(문재인 대통령, 손가락 1개를 세우며)
"네"(이 대표)
"정말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이렇게 해 준 덕분에 우리가 지난 1년간 소부장 분야에서 엄청난 발전이 있었습니다."(문 대통령)
문 대통령이 9일 오전 한국의 대표적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현장인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를 방문했다.
이 사장이 문 대통령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한 것은 SK하이닉스의 공유인프라 플랫폼인 '분석·측정지원센터'다.
SK하이닉스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해야 한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철학과에 따라 2018년 4월 센터를 오픈했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 추구를 위해 사업 인프라와 경영 노하우 등 유·무형의 자산을 사회와 협력사에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반도체 협력사들이 소재·부품·장비 등을 개발·공급하기 위해서는 실제 라인 현장에서 잘 동작하는지 평가하고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외부기관 의뢰 및 자체 평가를 진행하고 있지만 반도체 전문분야에 대한 기술력의 한계와 실제 환경과의 차이로 성능 및 품질에 문제가 발생하는 어려움이 있다.
SK하이닉스의 센터에서 협력사들은 물질, 화학, 계측 등 3개 분야에서 자사의 장비와 재료가 실제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동작하는지 전문가 분석이 의견된 결과와 함께 피드백을 받게 된다. 이는 향후 제품 성능 보완 및 신제품 개발 등에 반영해 제품 경쟁력 강화에 활용할 수 있다.
지난해 이 센터를 찾은 협력사는 총 42개 협력사로 1만3300여건의 분석·측정 서비스를 받았다. 월 1000건 이상의 서비스가 진행된 셈이다.
센터 이용은 무료는 아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운영 수익을 소부장 기업 장학사업에 투자하고 있어 사실상 무료나 마찬가지다. 지난해에는 운영 수익 4조7000억원을 137명의 협력사 입직원 자녀의 학비로 지원했다.
이 사장은 "소부장 협력사들이 본래의 시설 이외에 순수한 분석 목적으로 투자하려면 200억원 가량이 드는데 쉽지가 않다"며 "SK하이닉스의 협력사가 아니더라도 반도체 생태계에 들어와 있는 소부장 업체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부장 업체들을 보면 SK하이닉스에만 납품하는 것이 아니라 삼성에도 같이하는 진짜 생태계"라며 "이 곳은 365일 24시간 돌아가는 유일한 지원센터"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정말 큰 도움이 되겠다"면서 "이런 노력 덕분에 우리가 일본의 수출 규제를 잘 극복해낼 수 있었고, 이제는 더 크게 아예 소부장 강국으로 가자는 그런 목표도 세울 수가 있다. 고맙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앞으로 경기도 용인에 준비 중인 반도체클러스터에 분석·측정뿐 아니라 테스트베드로 쓸 수 있는 클린룸까지 종합한 센터를 4629㎡(1400평) 규모로 오픈할 예정이다.
이 사장은 "소부장 국내 생태계 발전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액화 불화수소를 국산화하는데 성공한 솔브레인과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를 만드는 동진쎄미켐이 SK하이닉스의 지원 사례를 공유하기도 했다.
현장에 참석한 최태원 회장은 "이처럼 공동으로 분석기를 같이 사용해야 생태계가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정부에서도 지원했지만 한계가 있었다"며 "기업에서 해주니 정말 딱 맞게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부분 소부장 업체가 중소기업이라서 이런 시설을 갖추기 어려운데 대기업에서 해주니 힘이 될 것"이라며 "SK가 이렇게 역할을 하고 있다고 홍보를 많이 해달라"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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