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제조업 서비스업 건설업 등 기업 대출금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1300조원을 돌파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전 업종이 빚을 내 버티기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 대출금 잔액은 1328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8년 통계 편제 이후 최대치다. 1년 전과 비교해 14.2% 증가했으며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전분기대비로도 69조1000억원이 늘어 사상 최대폭을 기록했다.
송재창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과 기업 자금 확보 노력이 지속되면서 대출 증가 규모가 확대됐다"며 "미래 불안을 대비한 성격도 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매출 부진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 대출이 823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전기대비 증가폭은 47조2000억원으로 전분기(34조)에 비해 크게 확대됐다. 도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부동산업이 전기대비 역대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제조업 대출은 전기대비 17조2000억원 늘어난 389조2000억원을 나타냈다. 제조업 분야의 경우 운전자금 뿐 아니라 시설자금 관련 수요가 높아진 것이 특징이다. 자동차 및 트레일러와 석유·화학·의약품·플라스틱은 시설자금으로만 각각 1조원, 9000억원을 쌓았다. 금속가공제품및 기계장비도 8000억원을 시설자금 명목으로 대출했다.
건설업 대출은 46조6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조5000억원 늘었다. 이는 2008년 3분기(71조8000억원) 최대 잔액이다. 대출 증가는 1분기 중 지연됐던 건설수주가 2분기에 시행되고 분양가 상한제 시행 전 민간수주 물량이 확대된 영향이다.
용도별로는 운전자금과 시설자금 모두 1분기 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운전자금은 지난 분기대비 52조1000억원 늘어난 788조6000억원, 시설자금 역시 17조원 증가해 539조6000억원에 이른다.
업권별로는 예금은행과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모두 증가했다. 전 금융기관 대상으로 한 일시적 규제 완화가 대출 문턱을 낮춘 것이다. 예금은행은 대출금이 지난 분기 보다 45조원 늘어 1010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증가폭은 직전분기 34조9000억원에서 크게 늘었다. 수출입은행과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상호금융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317조5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4조1000억원 증가했다.
국내 코로나19 재확산과 소상공인 중소기업 대출 만기 연장 등으로 향후 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우려가 있다. 송 팀장은 "정책당국의 지원책 효과를 앞으로 지켜봐야할 것 같다. 각 산업별 업황도 봐야하기 때문에 전망을 밝히기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lovus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