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개정 앞두고 "女 사외이사 모시기 경쟁"

산업 |
100대 기업 여성 사외이사 35명→67명 늘어
올해 신규선임된 사외이사 중 35%는 여성
사내이사 포함 전체 이사회 비중은 '미미'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국내 100대 기업 중 여성 사외이사 숫자가 최근 1년 새 배(倍)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파악된 여성 사외이사는 67명으로 작년 대비 90% 넘게 증가했다. 100대 기업 내 여성 사외이사 비중도 올해 처음으로 10% 벽을 돌파했다. 여성 사외이사가 1명 이상 활약하는 기업도 절반을 넘어서며 올 한해 여성 사외이사 돌풍이 거세게 분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업체 유니코써치는 '2021년 기준 국내 100대 기업 사외현황 현황 분석' 결과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newspim photo

조사 결과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100대 기업 사외이사 숫자는 448명이다. 이 중 여성은 67명으로, 작년 35명보다 91.4%(32명) 늘었다. 100대 기업 내 전체 사외이사 중 여성 비율도 작년 7.9%에서 올해 15%로 1년 새 10% 벽을 넘어섰다.

이같은 배경에는 다수 기업들이 임기만료 등으로 물러난 사외이사 후임으로 여성을 다수 전진 배치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사외이사 448명 중 119명은 올해 처음으로 사외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119명 중 42명이 여성으로 채워졌다.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 중 35.3%가 여성으로 교체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성 사외이사를 배출한 기업 숫자도 덩달아 급증했다. 올해 100대 기업에서 여성 사외이사를 한 명 이상 배출한 기업은 60곳으로 작년(30곳) 보다 두 배 늘었다.

여성 사외이사 증가는 내년 8월 시행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큰 영향을 끼쳤다. 내년 8월부터 자산 2조원이 넘는 대기업은 의무적으로 이사회 구성 시 어느 한쪽 성(性)으로만 채우지 못하도록 제도화했기 때문이다.

국내 100대 기업에서 올 3분기 기준 사내이사(324명)와 사외이사를 포함한 전체 이사회 멤버는 모두 772명이다. 이중 이사회 일원으로 참여하는 여성은 사외이사 숫자보다 4명 더 많은 71명에 그쳤다.

올해 기준 100대 기업 전체 이사회 인원 중 여성 비율은 9.2%로, 세계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소속된 기업의 전체 이사 중 여성 비율은 올해 처음 30%를 넘어섰다. 작년 기준 영국, 프랑스, 독일의 상장기업 이사회 내 여성 이사의 비율도 각각 34.3%, 43.3%, 25.2%로 우리나라 기업보다 높았다.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이사는 "최근 ESG경영 열풍과 내년 법 개정 시행 등을 앞두고 국내 재계에서 여성 사외이사를 영입하려는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겁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전문성과 경험을 여성 사외이사 인재후보군이 매우 적어 기업에서 마땅한 인재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향후 더 많은 우수한 여성 사외이사 인재를 육성하고 교육하는 프로그램 등을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다양한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syu@newspim.com

관련기사

베스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