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실밸] 순다르 피차이의 17만 구글러에게 보낸 '질문 리더십'

글로벌 |
아이디어 소싱하는 심플리시티 스프린트 도입
위기에 독재적 리더십 아닌 '우리' 강조
직원 수 대비 아웃풋· 효율성 낮아 지적

[편집자주] '여기는 실밸'은 돈과 인재가 몰리는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자(VC)들이 주목하고 있는 유망한 기업들을 소개합니다. 향후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있는 유망한 기업이나 유니콘 기업들을 브리핑 해드립니다. '여기는 실밸'에서 실리콘밸리의 최신 산업 트렌드 및 기업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리콘밸리=뉴스핌]김나래 특파원="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더 명확하고 효율적으로 작업하는 데 무엇이 도움이 될까요?" "더 나은 결과를 더 빨리 얻으려면 회사가 더 풀어줘야 할 속도제한 범프는 어떤 것입니까?" "자신의 일에 더 집중하고 구글의 기업가정신을 지키기 위해서 회사가 제거해야 할 낭비적인 요소들은 뭘까요? "

이 세 가지 질문은 전 세계 17만6000명 구글러(구글을 다니는 직원)들이 최근 구글의 최고경영자(CEO)인 순다르 피차이에게 받은 것이다.

구글은 더 빠른 제품 개발을 위해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많이 낼 수 있도록 하는 '심플리시티 스프린트'(Simplicity Sprint)를 도입했다. 이는 스프린트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소프트웨어 개발 및 기술에 있어 공통의 목표를 향한 짧고 집중적인 추진력을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구글이 조직내 슬럼프를 이겨내고 아웃풋을 높게 유지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설문조사는 지난 15일 마감됐으며 향후 고위 경영진은 특정 운영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는 직원 응답자에게 연락한 뒤에 구글의 정책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이같은 순다르 피차이의 질문 리더십은 현재 위기 상황을 감안할 때 새로운 시도로서 기업가적인 접근으로 좋은 전례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즉, 구글 설문 ​​조사의 개방형적인 특성은 직원들에게 회사 문제에 대해 자신이 발언권을 갖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동시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크라우드소싱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사진=로이터 뉴스핌]

먼저 피차이는 스프린트를 사용해 모든 직원에게 목소리를 내도록 하게 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그는 구글 직원 모두에게 "당신의 목소리가 중요하고 의견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길은 공동의 노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질문을 보면 단수 대명사(you, me)보다 집합 대명사(we, us)를 사용하고 있다.

또 직원들에게 어떤 과속 방지턱을 제거해야 하는지 묻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 질문은 '당신이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 '당신이 일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외신들은 언어의 사소한 차이처럼 보이지만 피차이의 지향점을 잘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불확실한 시대에 기업 경영진들은 더 단속하고 보다 권위적이거나 독재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재적 리더십은 위기에 독단적이고 강압적인 행동을 하는 것의 이점이 있을 수 있지만 불안정한 시기에는 위험이 크며 특히 직원의 동기와 사기가 악화된다.

실제로 구글은 신규 채용 등을 축소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구글러들은 정리해고에 대한 우려가 컸었지만 이같은 피차이의 설문에 일단락된 분위기다. 최근 구글은 올핸즈미팅을 통해 경제를 확신할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정리해고는 없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직원들이 성과를 높이지 않으면 정리해고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는 여지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순다르 피차이가 생각하는 구글의 문제는 지난 올핸즈미팅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당시 피차이는 "우리의 전체 생산성이 직원 수에 필요한 수준이 아니라는 우려가 있다"며 "우리의 임무, 제품과 소비자에 더욱 집중하는 문화를 만들어 달라"고 생산성을 강조했다.

구글은 그동안 실적 대비 직원수가 많다는 지적이 있었다. 구글 직원은 현재 17만4014명으로 1년 전(14만4056명) 대비 약 21% 늘었다.

또 구글의 비대해진 임원 조직 역시 도마위에 올랐다. 구글의 주요 임원으로는 순다르 피차이외 26명이 있으며 수백명의 부사장(VP)급은 66만1000달러~71만 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연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인센티브로 받는 주식 등을 얹으면 실제로 받는 연봉은 더 크다. 

다만 실적은 둔화되고 있는 추세다. 실적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696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월가 예상치에도 소폭 하회했다.

ticktock0326@newspim.com

관련기사

[여기는 실밸] 피트니스앱 '핏온', 설립 3년만에 4000만달러 투자
[여기는 실밸] 이유 있는 정용진의 '쉐이퍼 인수'
[여기는 실밸] '플스용 앱 개발자 찾아요'...로블록스 채용 의미는?
[여기는 실밸] '재택 시대' 막내리고 회사로 컴백하는 실밸 기업들
[여기는 실밸] '가짜 연어·오징어'도 뜬다… 투자 봇물 '대체 해산물' 시장
[여기는 실밸] '로봇이 해줘요'...일상에 침투한 로봇들
[여기는 실밸] 테슬라의 근본없는 기업문화와 혁신사이
[여기는 실밸] 실리콘밸리 떠나 토론토·오스틴으로 향하는 기업들
[여기는 실밸] 테슬라, 리튬 가격 급등에 광산기업 인수설 솔솔
[여기는 실밸] "헤이 구글, 웃긴 이유 설명해줘"...유머 학습하는 구글 AI
[여기는 실밸] 주식 폭락에 월급 줄어 우울한 빅테크 직원들
[여기는 실밸] '장면탐색·몰입형뷰' AR과 AI 접목해 더 강력해진 구글
[여기는 실밸] '호텔·숲속 사무실'…구글 사상 최대 '베이뷰 캠퍼스' 오픈
[여기는 실밸] 실시간 피드백 도입한 코인베이스…피로도 호소하는 직원들
[여기는 실밸] 실밸이 주목하는 메타의 뉴COO 하비에르 올리반
[여기는 실밸] WWDC에서 공개된 애플 전략...카플레이·후불페이
[여기는 실밸] 메타버스 왕국 꿈꾸는 저커버그의 야심
[여기는 실밸] 콜드플레이도 실밸에서 택한 '그린에너지'
[여기는 실밸] 중고차 사업에도 뛰어든 테슬라
[여기는 실밸] 빅테크 이어 살벌한 긴축모드 들어간 스타트업
[여기는 실밸] 36세 CFO 발탁한 메타...30대 CFO 전성시대 오나
[여기는 실밸] '우린 폭망 안했다' 위워크 창업자 애덤뉴먼의 컴백

베스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