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소가윤 기자 = 교육계 관계자의 절반 가량이 현행 선다형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입시에서 수능 대신 서·논술형 평가 체제를 도입해 학생들의 자기 주도성과 창의성, 문제 해결력 등 고등 사고 기능을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27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함께 성균관대학교에서 제4차 2028 대입개편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전문가 토론회는 '미래형 대입전형과 수능의 개편 방향'을 주제로 진행됐다.
최숙기 한국교원대 교수는 '서·논술형 대입 시험의 도입 가능성'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현행 수능의 선다형 지필 평가 체제는 지식 중심의 암기식, 문제풀이식 시험의 한계가 있고, 대학 수학에 필요한 적성 검사로서의 성격보다 고교 교육과정 성취도 평가로서의 성격이 더 강화됐다"고 지적했다.
조상훈 숭실대 입학처장은 "고교 교사와 교육부·교육청 관계자, 대학 교수 1379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47.9%가 수능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며 "수능은 고정된 한 시점에서의 평가라 학생의 성장 과정에 따른 평가가 어렵고 개인별 교과 설계에 따른 자기 주도성과 창의성, 문제 해결 능력을 판단하기 제한적"이라고 봤다.
김원석 인천하늘고 교사도 수능 평가의 본질적 한계를 꼬집었다. 김 교사는 "초고난도 문항이 출제되는 등 상대적 위치를 변별하는 기능에만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며 "학생들은 선택과목을 자신의 적성이나 진로와 무관하게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지식 정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단편적 지식의 습득이 아닌 지식을 활용한 문제 해결 역량을 함양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창의성, 문제 해결력, 비판력, 통합력, 정보 수집력과 분석력 등 고등사고기능을 평가하는 서·논술형 평가 문항으로서의 전환 요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과 독일 등 해외 대입 평가에서의 서·논술형 적용 사례도 제시됐다. 영국 대학입학 자격 시험인 A레벨은 제시된 자료에 대한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논술형 평가 문항으로 실시된다.
독일 아비투어의 시험의 경우 독일어, 수학, 과학 등 3개 과목의 필기 시험을 포함한 논술형 평가 형태로 2주에 걸쳐 12학년 2학기에 시험을 치른다.
최 교수는 이에 대한 세 가지 시사점을 제시했다. 우선 자료에 대한 분석과 논증력을 기초로 하는 자료 기반의 글쓰기를 통해 대학 수학 능력인 '학문 문식성'을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학문 문식성이란 전공 과목 관련 텍스트를 정확히 이해하고 논증을 기반으로 자신의 견해나 관점을 학문적 담화 관습에 적합하게 글을 쓰는 능력이다.
고교 교육과정과 연계된 대입 서·논술형 평가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전공과 계열을 고려해 독서·토론·글쓰기 등 통합 수업을 시행해 학교 수업이나 수행 평가로도 대입 서·논술형 평가를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채점 공정성을 확보하도록 노력할 수 있다"며 "전문적 채점자를 활용하거나 2명 이상의 채점자를 정하고, 기존 내신 평가 결과를 참조한 재채점, 외부 기관 인증을 통한 채점을 통해 주관적 채점 오류와 편향을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입에서 서·논술형 평가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고교학점제 실시 ▲학교 서·논술형 평가 강화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및 각론서 서·논술형 평가 강화 명시 등을 제안했다.
교육부는 이날로써 네 차례에 걸친 2028 대입개편 전문가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2028학년도 대입개편은 학생·학부모가 예측할 수 있는 범위에서 일관성을 유지할 것"이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올해 상반기까지 대입제도 개편안 시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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