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교사가 할 수 있는 건 '00아 하지마' 뿐이더라구요. 아동학대 범위가 너무 넓어져서 뭐만 하면 아동학대로 걸릴 수 있거든요"(전직 교사 A씨)
"엄한 이유로 아동학대로 고소당하는 선생님들을 많이 봤다"(9년 차 교사 B씨)
"아동학대에 걸릴까 봐, 악성 민원인에게 찍힐까 봐 소극적 지도만이 가능해서 무기력하다"(5년 차 경기도 교사 박모 씨)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뉴스핌 취재진과 만난교사들은 입을 모아 아동학대죄의 범위로 인해 고소당하는 일이 다반사가 됐다고 토로했다. 정당한 교육활동, 생활지도에 대해 아니면 말고 식, 해코지 식 신고가 늘고 있지만 마땅한 구제책이 없어 조사받는 과정에서 자괴감에 시달리거나 억울한 징계를 받는 것이 현실이라고 이들은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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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광장초등학교 교실에서 마스크를 벗은 학생과 착용한 학생이 함께 수업을 받고 있다. [사진=정일구 기자] |
20대에 꿈에 그리던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지만 최근 의원면직(공무원 스스로 사의를 표함)을 신청한 A씨는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아이를 둔 반을 맡았는데, 다른 학부모님들은 '그 아이를 말려달라' 민원을 넣는데 아동학대의 범위가 너무 넓어져서 뭐만 하면 걸릴 수 있기에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라며 "정작 아이의 학부모께 개인적으로 지도해달라고 말씀드리면 돌아오는 대답은 '오죽하면 그랬겠느냐'는 대답이었다. 정작 저는 어디에 이야기할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학부모 전화만 와도 가슴이 철렁하고 언제 아동학대로 고소당할까 마음 졸이면서 사니까 아이들을 지도할 때도 무기력해졌다"며 "이렇게 평생 일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의원면직을 신청하게 됐다"고 했다.
경기도에서 교사 일을 5년째 지속하고 있는 20대 후반 교사 박모 씨 또한 "생각보다 말도 안 되는 민원과 신고가 많아 지도가 거의 불가능하다"라며 "매우 소극적 지도만이 가능해 무기력할 때가 많아 내 자식은 절대 교사를 시키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아동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제정된 아동복지법은 교사들에게는 '저승사자법'으로 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학대는 단순 주장만 있으면 수사 기관에 신고돼 전수조사, 교사 분리 등 조치가 진행된다. 이로 인해 무혐의 결정이 나더라도 학교 내 낙인이 찍히거나 담임 교체, 직위해제 등 강도 높은 처분이 결정 난다. 이후 경찰 조사나 소송비 부담을 견디는 것도 오롯이 교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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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서울공업고등학교에서 열린 2021학년도 서울특별시 공립 유치원·초등학교·특수학교(유치원 ·초등) 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 제2차 시험에서 응시생들이 배치도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백인혁 기자] |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올해 1월 전국 유‧초‧중‧고 교원 552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교원들은 아동학대 신고 불안에 늘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한 교원의 77.0%는 '교육활동 또는 생활지도 과정 중에 아동학대 가해자로 신고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아동학대 신고를 직접 당하거나 동료 교원이 신고당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는 응답도 47.5%에 달했다.
교육단체는 무너진 교권을 회복하기 위해 정당한 법적 면책권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총이 스승의날을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정당한 교육활동‧생활지도는 민‧형사상 면책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응답이 96.2%로 압도적이었다. 또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원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방안으로 '고의 중과실 없는 교육활동, 생활지도에 법적 면책권 부여'(42.6%)가 꼽혔다.
이와 관련, 교총은 최근 '생활지도 면책권 부여'를 골자로 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전달했다.
개정안에는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서는 아동학대 범죄로 보지 않는다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다 ▲아동학대 신고를 받은 교원이 수사받기 전에 소속 교육청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아동학대 신고가 무고 등 허위 사실로 밝혀지면 신고자를 업무 집행 방해 또는 업무 집행 방해죄로 고발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겼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