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이제는 좀 바뀌겠지"라는 유권자들의 열망과 함께 개원한 22대 국회가 여전히 정쟁만 일삼고 있다. 정치 무관심에 더해 혐오를 스스로 조장하고 있다. 거대 야당의 입법독주도 문제지만 올드보이들이 장악한 현 집권여당의 무능도 문제다. 채상병 특검, 김건희 특검에 더해 한동훈 특검까지 민생과 동떨어진 문제로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물가는 오르고 서민경제는 날로 악화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중대재해처벌법에 이어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재정안)과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는 내용의 상법까지 '반 기업법안'이 잇따라 발의되며 재계의 우려를 낳고 있다. 이들 법안은 노조와 주주 등 기업 경영에 있어 어느 한쪽의 권리를 키우는 법안이다. 여러 논란이 있지만 기업 경영을 위축시킨다는 면에서 신중해야 함은 물론이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기업은 수 많은 하청 노조와 일일이 단체협상을 벌여야해 노사 관계 악화가 불가피하다. 경총은 "산업 현장은 하청 노조의 원청 기업에 대한 교섭 요구와 파업으로 몸살을 앓게 될 것"이라고 했다. 상법 개정안 역시 배임죄 처벌 및 소송 남발, 대규모 투자 및 인수합병(M&A) 위축 우려를 담고 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정부는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등 특정 산업을 중점 지원하기 위해 민간에 대한 개입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쇠퇴한 자국 내 제조 기반을 되살리기 위해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과 융자 지원,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른 세금 혜택 등을 제공한다. 중국도 자국산 전기차 구매자에 보조금을 제공하는 등 전략 산업 육성에 한창이다. 일본 역시 반도체산업 부활을 위해 미국, 대만 등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이어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 주말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엔비디아와 AMD, 인텔, TSMC 등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관련 최첨단 회사들이 몰려 있는 실리콘밸리를 찾아 시장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최근 실리콘밸리를 다녀왔다. 국내 4대 기업 기업 총수들이 잇따라 실리콘밸리를 찾는 것은 인공지능과 반도체 등 총성없는 글로벌 첨단기술 전쟁에서 사업 기회를 찾기 위해서다.
재계는 지난 23일 국가미래투자위원회 신설, 금융지주의 플랫폼 기업 소유 허용 등 국회 입법 없이 시행령·시행규칙 개정만으로 경제활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 개선과제를 정부에 건의했다. 국회가 민생과 동떨어진 일로 입씨름만 하고 있어 경제활성화 골든 타임을 놓칠 우려 때문이다. 국회가 실리콘밸리에서 뛰고 있는 기업 총수들을 응원하지는 못할 망정 발목만이라도 잡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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