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태 선임기자 = 직무에서 배제됐다는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의 표명을 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또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후임으로 오호룡 특별보좌관을 임명했다.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신의 임기를 포함한 정국 안정 방안을 여당인 국민의힘에 일임하겠다고 전날 약속했던 윤 대통령이 아직도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공동 대국민 담화를 통해 "윤 대통령이 퇴진 전이라도 외교를 포함한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말도 무색해졌다. 한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폐기된 뒤에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퇴진시까지 사실상 직무 배제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행안부는 이상민 장관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이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고 그 사의가 수용되어 입장문을 보내드린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사의를 수용한 주체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으나 법적으로 이를 수리할 수 있는 권리는 윤 대통령만 갖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언론에 "윤석열 대통령이 이 장관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전했다.
이 장관은 이날 언론에 발표한 입장문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의 직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저는 이제 한 사람의 평범한 국민으로 돌아가 자유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을 편하게 모시지 못하고 대통령님을 잘 보좌하지 못한 책임감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국민께 송구한 마음"이라며 "더 이상 국정의 공백과 혼란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어 홍장원 국정원 제1차장 후임으로 오호룡 현 특별보좌관을 임명했다. 다만 국정원은 오호룡 1차장 임명은 윤 대통령이 직무정지를 약속하기 전인 지난 6일 이뤄진 인사라고 해명했다.
국정원법 9조는 "원장은 국회의 인사청문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며, 차장 및 기획조정실장은 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앞서 홍장원 전 1차장은 지난 3일 비상계엄 발령 후 윤 대통령으로부터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고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대표 등의 명단을 공유 받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홍 전 차장은 이를 조태용 국정원장에게 보고했다고 밝혔지만 조 원장은 그런 지시를 받은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인사와 관련해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여전히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내란 수괴 혐의를 받고 있는 대통령 윤석열이 여전히 군 통수권자임과 함께 정부에 대한 인사권 행사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동훈 대표가 윤 대통령이 직무 배제됐다고 했는데 이 역시 새빨간 거짓말임이 입증됐다"며 한 대표의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대통령실 홍보수석실 등 관계자들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 사의 수용과 오호룡 국정원 1차장 임명 등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재가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뉴스핌의 질의에 아무도 공식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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