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국내 철강업계가 계절적 성수기로 꼽히는 3월에도 가동률을 낮추고 생산·출하 중단을 이어간다.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미국의 철강 관세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철강업계의 어려움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3월 성수긴데…가동률 줄이고 저가 판매 중단하는 철강업계
1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3월 17일부터 20일까지 철근 생산을 중단하고, 20일부터 24일까지 출하를 멈춘다. 이에 따라 공장 가동률은 50% 이하로 유지될 예정이다.
대한제강 또한 3월 15일부터 19일까지 건설 및 유통향 일반 철근 출하를 중단하기로 했다. 한국철강과 환영철강은 3월 15일부로 비가동을 선언하며 사실상 한 달 중 절반 이상의 기간 동안 가동을 멈추게 됐다. 한국제강은 일정 금액 이하 판매는 하지 않겠다는 강수를 뒀다. 톤당 72만원 이하 가격의 판매는 중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제철 역시 비상경영을 선언하며 임원진 급여를 20% 삭감하고, 전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등 강도 높은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포스코 역시 지난해 최근 5년 이래 가장 낮은 공장 가동률을 기록했다. 포스코의 지난해 공장 가동률은 86.6%로, 태풍 '힌남노' 영향을 받았던 2022년(84.1%) 수준에 가까워졌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지난해 7월 1제강공장을 폐쇄하고, 11월에는 1선재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철강산업은 크게 고로에서 생산하는 판재류와 전기로에서 생산하는 봉형강류로 나뉜다. 이중에서도 봉형강 시장은 연간 1200만 톤 규모의 내수 시장을 주도하는 핵심 분야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8대 제강사가 주요 생산자로, 3월은 통상 한 해의 철강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로 여겨진다.
업계 관계자는 "계절적 성수기인 3월은 1년 농사의 바로미터가 되는 시점인데 이 시점에도 생산량이 회복되지 않는다는 건 올해는 이전보다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철강업계의 어려움은 건설업 경기 악화와 맞물려 있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와 금리 인상 여파로 건설 수요가 급감하면서, 철강 제품에 대한 수요도 동반 하락했다. 여기에 중국산 저가 철강재들이 국내로 대거 유입되면서 가격 경쟁이 더욱 심화됐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철강사들은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면서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공장 가동률을 줄이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미국 관세 대책은 '고부가가치'로 전환
여기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 25% 관세 폭탄까지 더해지며 철강업계의 보릿고개가 한층 장기화될 전망을 띄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지난 12일부터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적용된다.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일부 철강사들은 수출 물량과 중점 수출 상품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국내 철강사들은 미국으로 강관(109만톤), 열연강판(50만톤), 중후판(18만8000톤), 컬러강판(15만톤) 등을 주로 수출해 왔다. 범용 제품군으로 쓰이는 제품보다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군을 증가하면서 수출량을 줄이고 마진이 높은 제품으로 대체한다는 전략이다.
정부 역시 이달 중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 발표 예정인 '철강 통상 및 불공정 수입 대응 방안'에 이 같은 대책들을 담을 예정이다. 여기에는 지난해 현대제철이 제소한 중국산 철강에 대한 반덤핑 제소 등을 고려해 철강 수입품의 우회 덤핑을 차단하는 방안도 포함될 예정이다. 강·알루미늄 파생상품을 생산해 미국 등에 수출하는 중소·중견업체를 위한 관세 및 원산지 증명 등 대응 방안도 관계 부처와 협의해 마련하고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의 회복은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수요 회복이 늦어질 경우 생산 조정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현실성 있는 방안들의 속도내기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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