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출 1조5천억 환율 오르기 전에 들고 나가
- 재협상 질질 끌기보다 빠른 인수가 ‘실익’ 커
[뉴스핌=한기진 기자] 외환은행 대주주 론스타가 매각 대금의 상당 부분을 환율이 오르기 전에 달러로 바꿔 우리나라에서 들고 나갔다. 원화값이 10% 정도 하락해 하나금융지주(회장 김승유, 사진)가 외환은행 주가 하락으로 인수가격을 재협상하는 데 론스타의 양보의 폭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26일 “론스타가 하나은행으로부터 대출 1조 5000억원을 환율이 오르기 전에 다 갖고 나갔다”면서 “론스타가 안정장치를 다 마련해 손실을 보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론스타는 현물환 매도,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으로 된 스왑 형태로 처리함으로써 달러 환전과 헤지를 동시에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이 론스타와 외환은행 지분을 4조 4059억원(주당 1만3390원)에 인수하기로 재계약한 시점은 지난 7월 초. 이때는 올해 중 원달러 환율이 최저점인 1050원대를 찍었을 때였다. 약 42억달러 규모로 론스타가 같은 달 하나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로 1조 5000억원(약 14억달러)을 제외하면 약 28억달러만 받으면 된다.
지금은 당시보다 환율이 10% 올라(원화가치 하락) 하나금융이 원화를 더 줘야만 론스타가 원하는 수준의 달러를 맞춰줄 수 있다.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외환은행 몸값을 낮출 이유가 생겼는데 오히려 더 줘야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최근 외환은행 주가가 7000원대로(25일 종가, 7710원) 하락해 20% 가까운 1조원을 깎아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들어맞는다면 원화값 하락으로 론스타 입장에서는 30%나 낮춰줘야 하는 셈이 된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 내부에서도 가격 낮추는 데 시간을 끄는 것보다 인수를 빨리 끝내는 게 바람직하다는 분위기다. 하나금융 고위 임원은 “인수합병을 하는데 있어 가격에 매달릴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떠날 론스타와 달리 외환은행을 경영해야 할 하나금융은 ‘먹튀 논란’ 잠재울 카드로 가격을 최대한 깎아 비난 여론을 잠재우고 외환은행을 초기 저항 없이 경영하고 싶어한다.
론스타가 금융위원회의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 회복 명령을 오는 28일까지 이행하지 못하고 강제매각 명령을 받으면 6개월내에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은행법 규정). 이 기간 동안 하나금융은 재협상할 수 있지만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인수가 늦어지고 외환은행 노조의 저항 등 유무형의 피해를 입는 것이다.
하나금융 한 임원은 “외환은행 인수하기로 계약하고 입은 간접적인 영업 손해가 인수가격을 깎는 것보다 훨씬 크다”면서 "지난 분기들의 실적이 지금보다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조속한 인수가 가격 재협상보다 힘을 얻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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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