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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코리아의 그늘③] 잘나가는 대기업 디자이너도 '암울'

기사등록 : 2011-11-09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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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노종빈 김지나 기자] "대기업 디자이너들은 40세만 되면 김밥천국으로 가야한다."

업계에서 유명세를 얻고 있는 한 디자이너의 우스개섞인 얘기가 새삼 무겁게 다가온다.

전국 대학에서 한 해 배출되는 디자이너만 2만4000명인 시대. 일부 디자이너들은 취업과 동시에 은퇴를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많은 은퇴하는 디자이너들이 디자인과 전혀 무관한 업종으로 이직 또는 창업을 꿈꾸게 되는 현실도 아프게 느껴진다.

그는 "누구나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이 만족하는 일을 하고 싶어 일한다"며 "처음에는 누구나 사람을 감동시키는 디자인을 하겠다고 꿈꾸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고 말했다.


◆ 대기업 디자이너들도 밖에 나오면 '찬바람'

흔히 디자인 업계에서는 대기업을 그만두고 나온다고 해도 전문적인 경력이 쉽게 연장선상으로 이어지지 못한다고 얘기한다.

대기업의 상무급이라고 해도 퇴직을 하고 나오는 경우 일감 등을 지원을 받고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일단 대기업의 협력 업체로 등록되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다. 등록 심사도 까다롭고 기본적인 업력이 뒤따라야 하면서 동시에 자본 규모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로비도 필요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래서 아직 젊고 직급이 낮은 디자이너들은 대기업 퇴직 후 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대기업 쪽에서 일하던 디자이너들이 기업을 떠나면 찬바람이 분다"며 "그만큼 열악한 현실을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를 떠난 상무급들이 자신이 몸담았던 회사에 다시 찾아가고 싶어하는 경우가 없다"며 "크게 성과를 보지 못하고 몇달 후에는 업계에서 소식을 자연히 듣지 못하게 되고 만다"고 말했다.


◆ 대기업, '말로만' 디자이너들이 득세

최근 대기업을 거쳐 디자인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사장은 대기업에서는 행동을 보이지는 않고 소위 '말로만' 일하는 디자이너들이 실세로 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말을 앞세우는 디자이너들이 실제 디자인 개발 작업을 하는 디자이너들보다 잘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며 때로는 실무자의 공을 가로채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흔히 디자이너들의 실명이 붙어있는 가전 제품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제품의 디자인 아이디어는 조직내의 젊은 디자이너들의 아이디어를 차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직급이 낮은 디자이너들은 속앓이를 할 정도지만 이같은 문제는 대기업 디자인실 조직내에 만연해 있는 분위기라는 얘기다.

일부 대기업 관계자들이나 전문가들은 "디자인 작업 자체가 협업의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에 작업을 적절히 조율하는 것도 중요한 기능"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다른 전문가는 "실질적으로 말을 잘 하는 디자이너들이 잘나가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포장할 수 있는 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목공소에 가서 밑바닥부터 배우겠다"

하지만 디자인 업계에는 어두운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을 거쳐 중견 디자이너로 명성을 얻고 있는 K사장은 최근 다소 놀랍지만 반가운 얘기를 들었다.

최근 소개를 통해 대학을 갓졸업한 새내기 후배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았는 데 실력이 꽤 출중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 후배 디자이너는 최근 모 대기업에 입사 지원했고 탈락했다고 털어놨다. K사장은 나중에 그 대기업은 올해 디자이너를 단 1명만 뽑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에게 앞으로 뭘할거냐고 묻자 서슴없이 "목공소에 가서 배우겠다"고 대답했다. 밑바닥부터 다진다는 각오로 목공소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K사장은 "그 후배와 같은 선택을 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나와주길 바라고 있다"며 "이제는 진정한 디자이너가 나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눈높이가 달라지고 있다"며 "대기업의 생산을 위한 디자인 보다는 작가적 작품성을 추구하는 디자이너들이 조금씩 눈에 띄고 있는 것 같다"며 안도했다.


◆ 디자인 융합시대...다양한 지식섭렵 요구돼

전문가들은 과거에는 디자인이 제품에 맞춰야 하는 포장 기능이었다면 현재는 디자인에 기술을 삽입하고 융합해 가치를 창출해 내는 시대라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디자인 업계도 기업의 규모에 상관없이 디자이너들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동시에 디자인 작품에 다양한 배경지식과 경험, 기술 등을 함께 녹여내는 융합형 디자인이 요청되고 있다.

즉 스마트폰의 예에서 보듯 제품의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언뜻 보면 디자인은 있는 듯 없는 듯 융합되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라는 얘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업 디자이너들이나 디자이너 전공자 및 지망생들이 다양한 자기 실험을 통해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혁신해 가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디자인 기업협회 관계자는 "이제는 디자이너의 작업이 단순히 미적 조형적 차원을 넘어서 있다"면서 "디자이너들도 다양한 학문과 이론을 접목시킨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실제 생활에 접목할 수 있는 디자인 쪽으로 시장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며 "따라서 디자이너들이 인문학 심리학 경영학 통계학 등 다양한 배경 지식을 섭렵하고 관심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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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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