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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의 그늘⑤ 화장품·방송] "중소업체 설 땅 좁아져"

기사등록 : 2011-12-0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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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지나 기자] 한미FTA(자유무역협정)의 핵심은 ‘관세장벽’ 철폐다. 그만큼 가격이 낮아진 수입제품이 대거 밀려들어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일상생활과 밀접한 상품인 경우, 소비자들은 한미FTA 발효 이전보다 가격면에서 혜택을 볼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한 쪽에는 그늘도 자리 잡고 있다. 다양한 업종들이 한미FTA발효로 피해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화장품, 방송업계에도 예외가 아닐 수 없다.

특히 국내 화장품 산업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은데다 미국산 제품까지 물밀듯 쏟아진다면 국내 수많은 중소 제조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방송시장도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FTA가 발효되면 미국 미디어 업체들의 국내 채널사업자(PP)에 대한 투자가 지금보다 훨씬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또 방송 송출에서도 미국 프로그램을 더 많이 내보낼 수 있다. 그만큼 토종 채널사업자들이 설 땅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중저가 美화장품 안방까지 점령 예고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화장품 시장은 수입산과 국내산이 각각 45대55 비율을 구성하고 있다. 불과 2년전만 하더라도 40대 60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점차 수입제품의 비중이 늘고 있는 반면 국내 제품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화장품 업계는 “국내 화장품 산업은 양극화도 심하고 아직 연구개발이 많이 필요하다”면서 “한미FTA가 발효되면 주로 저렴한 미국산 중저가 제품들이 쏟아져 특히 수많은 중소 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기존에는 다국적 기업의 고가브랜드 위주로 수입해 백화점 유통망을 통해 판매했다면 한미FTA발효 이후에는 다양한 유통망에서 중저가 제품들이 판매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홈쇼핑, 브랜드숍, 드럭스토어 등에서 수입 중저가 화장품들이 들어와 판매되고 있는데 한미FTA가 발효되면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화장품업계는 이같은 상황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에 ‘규제 선진화’ 등 다양한 지원책을 요구해 왔다. 이에 따라 올해 8월 국회에서 화장품법이 전면 개정돼 내년 2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된 화장품법에 따르면 화장품을 사용한 소비자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더욱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정부와 기업, 소비자, 학계가 합동으로 참여하는 안전성위원회가 만들어져 사안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분석하고 제공할 수 있게 돼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인 사후관리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문제 발생 시 객관적인 검증을 해줄 만한 단체가 없어 어려움을 겪어 왔다.

화장품업계는 정부에 수출경쟁력 제고를 위해 연구개발(R&D)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대한화장품협회 관계자는 “국내 화장품 산업은 세계에서 12위 수준”이라면서 “세계 유수 화장품 기업 100대 중 국내기업은 3개뿐”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대기업은 연구개발 여건이 좋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업체들은 정부에 연구개발비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산 애니메이션 줄고 미드 넘치고

방송시장에서는 중소규모의 채널사업자(PP)들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국내 법인을 통해 PP에 대해 간접투자 할 경우, 보도채널과 종합편성, 홈쇼핑을 제외한 모든 PP에 100% 허용을 승인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PP쪽에서 한미FTA를 적극 반대해 왔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글로벌 회사들이 지금까지는 티브로드, 폭스코리아 등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방법 등으로 진출했지만, 앞으로는 직영으로 한국법인 설립이 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직접 진출을 하게 되면 미국 본사가 컨트롤하게 됨에 따라 자국에서 강세를 보이는 미국드라마, 헐리우드 영화 등을 바로 배급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기존에 수입 방송하던 PP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프로그램을 수입하는 데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250개가 넘는 중소 PP들이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채널편성 비율이 완화되기 때문에 국산 애니메이션 등 국내 콘텐츠가 설 땅은 좁아질 우려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업체는 제작여건이 열악해 미국을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콘텐츠 품질로만 승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방송업계는 정부에 제작지원 활성화 차원에서 광고규제 완화를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광고에 대한 품목 규제를 일정 수준까지 완화할 경우 지금보다 수익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광고 총량제와 관련, 시간대별로 자율성 있게 광고편성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또한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지상파TV 종일방송 전면 허용‘도 유예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지난 1일 방통위에 의견서를 내고 “지상파 측은 국내 방송시장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어 심야방송을 허용해야 한다고 하지만 최근 경영실적이나 시청점유율을 보면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상파 방송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종일방송마저 허용한다면 양극화는 가속화돼 PP업계는 그만큼 어려워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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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지나 기자 (fre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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