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법안을 입안하는 국회의원들이 법안심사 소위에서 민법상 혼인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채 30여 분 가까이 토론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의원은 "16세에 결혼을 하면 어떻게 되느냐"고 전문위원에게 묻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달 16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제1차 법안심사소위에서는 국회 계류중인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14건을 심사했다. 동일한 법에 대한 개정안이 많았던 이유는 당시 영화 '도가니' 여파로 아동 성범죄에 대한 의원들의 입법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논의된 핵심 내용은 성범죄 처벌의 공소시효를 없애는 문제와 처벌의 연령문제, 성적자기결정권 문제 등이었다.
한나라당 최경희 의원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의 처벌연령을 기존 13세에서 16세로 높이는 규정에 관해 논의하던 중 고전 '춘향전'의 이 도령을 언급하며 "이 도령이 한국 나이 16세, 즉 만 15세였다"며 "우리나라 전통문화와 배치되지 않나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중호 국회 여성가족위 수석전문위원은 "16세 미만의 경우 합의에 의해 어떤 행위가 이뤄졌다해도 이 법에 의해 국가가 처벌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법안소위원장인 한나라당 이정선 의원은 "신체적으로 성숙하다 해도 정신적으로 판단이 미숙할 수 있다"며 "그래서 법으로 이런 것을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임중호 전문위원은 또 "이 법이 발효되면 16세 이하의 조혼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해 진다"고 지적했다.
이정선 의원은 "그것(16세 이하 조혼)은 부모가 동의하면 되는 것이다"라고 하자 임중호 전문위원은 "부모 동의를 해도 이 조항에 의해서 안된다"고 확인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비례대표 출신인 이애주 의원은 "16세 미만에 시집 장가를 보내겠다는 부모님은 또 누구야"라고 반문했다.
계속되는 토의에서 이정선 의원은 "그러면 만일 16세 때 본인이 결혼을 하겠다고 결정을 하면 자기결정권이 있기 때문에 상관이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임중호 전문위원은 "16세 이상은 상관이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이정선 의원은 "세상사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삶만 있는 게 아니라서 형평성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일단락했다.
하지만 이날 의원들의 전반적인 토론 내용을 살펴보면 이들은 민법의 혼인 규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우리나라 민법 807조 혼인적령 규정 상으로는 남녀 공히 결혼 연령이 만 18세로 돼 있어(2007년 12월 개정) 이보다 연령이 어린 경우에는 부모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혼인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즉 현행 법 규정에 따르면 18세 이상 20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부모의 동의가 있으면 혼인할 수 있다. 다만 지난 3월 민법 개정으로 성년의 나이가 현재 20세에서 19세로 낮아졌다. 따라서 새 민법이 시행되는 오는 2013년 7월부터는 18세 이상 19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만 혼인할 수 있다.
결국 임중호 전문위원의 '16세 이하 조혼불가' 발언이나 이정선 의원의 '부모 동의' 발언 등은 민법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게 된다.
이날 여성가족소위에서는 관심사였던 성문제가 논의돼 활기를 띄었지만 본질과는 거리가 먼 황당발언들이 난무했다.
최경희 의원은 성매수의 문제를 지적하며 "군인 가기전에 다 나가서 친구들하고 휩쓸려서 이상한 짓들 많이 한다"며 "그게 애들 군인가는 문화같이 돼 있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남자들이 군 입대 전에 한 50%는 거기에 해당이 되더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정선 의원이 법안의 논의가 아동 청소년에 대한 것이라고 지적하자 최경희 의원은 "조금 더 나이가 먹긴 했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애주 의원도 성매수의 처벌 대상이 아동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 대해 논의하던 중 "아니, 뭐 서른살 먹은 여자가 성매수를 했다고 해서 뭐…"라고 말해 미묘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이날 소위에 참석한 여성가족부 김태석 차관은 또 이 법안의 규정대로 공소시효가 폐지되면 성매매자도 언제든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논의하던 중 "성매매자도 죽을 때까지 그것을…(떠안고 가야하는가)"며 "잘못은 잘못인데 좀 부담이…(된다)"고 말해 보는 이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이정선 의원은 KBS와 SBS PD 출신으로 한나라당 원내부대표를 지냈고 최경희 의원은 이화여대 음대와 교육대학원 석사 출신으로 한나라당 한사랑합창단장을 맡은 바 있다. 이애주 의원은 서울대병원 간호부장 출신으로 대한간호사협회 제1부회장을 거쳤다. 이들은 모두 한나라당 비례대표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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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