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올해는 CJ그룹에 있어서 각별한 한 해였다. 대한통운 인수를 비롯해 브랜드 통합을 위한 초석이 놓이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내놓은 비전 ‘Only one’이 가장 돋보이던 나날이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
또 포스코, 롯데를 제치고 대한통운 인수를 추진하면서 사업 다각화를 본격화하기도 했다. 이동통신서비스 사업의 길목을 닦은 부분도 큰 성과다.
이동통신 재판매 사업(MVNO)진출은 미래형 투자의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이같은 CJ의 숨가쁜 행보의 배경에는 이 회장이 자리하고 있다는 게 CJ그룹 안팎의 전언이다.
◆ “안주는 끝, 도전정신 키워라”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길 꺼려하는 이 회장이지만 내부적인 활동은 왕성하다.
CJ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예고 없이 직접 외식업계 브랜드가 총집합한 푸드월드를 방문해 직원들과 식사를 하거나 프랜차이즈 점포를 방문에 살펴보는 꼼꼼함으로 이름이 높다.
신 메뉴가 출시되기 전에는 직접 시식을 해본 후 까다로운 평가를 내릴 정도다. 소비자 중심의 경영마인드로 그룹을 이끄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룹 엔터테인먼트사 주요 작품이 방영되면 거의 옴부즈맨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방송물의 내용은 물론 전달과정의 이동통신체계상 흐름도 챙긴다.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 판단등 그룹 거시적 전략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면서도 세세한 사안을 직접 다듬기에 실무진들도 중무장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그룹의 적통성과 성장성에 대한 고민을 드러내면서 해법찾기에도 '소통'을 적극 활용한다.
CJ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은 “내부의 뿌리깊은 안주 문화를 타파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CJ와 출발점이 비슷했던 다른 기업들은 뛰어가고 있는데 CJ의 성장속도가 너무 더디다”고 강조해왔다.
특히 계열사 CEO들에게 “성장을 위해서라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준비가 돼있으나 임직원들의 도전정신이 약하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같은 이 회장의 발언은 임직원에 대한 질타라기보다는 내부의 자긍심과 도전의식을 더욱 강화하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상대적으로 역사가 비슷한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등을 따라잡을 신사업과 세계화에 보다 박차를 가하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실제 CJ그룹 안팎의 변화는 역동적으로 이뤄졌다.
CJ오쇼핑, CJ제일제당이 글로벌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성과를 내기 시작했고 CJ푸드빌, CJ제일제당, CJ CGV, CJ E&M 등이 브랜드 융합 과정에서 청담 시네씨티CGV, CJ푸드월드 제일제당 본사, 광화문점, 신사동 가로수길 지점이 탄생했다.
CJ E&M에 6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계열사가 합병하면서 사상 최대 미디어그룹으로 거듭났고 대한통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국내 1위의 물류기업으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올해 CJ그룹은 사상 최대인 2조원의 투자와 4650명 규모의 사상최대 인재 채용을 진행한 바 있다.
◆ 이재현식 신상필벌 본격화
이 과정에서 CJ그룹의 색깔도 탈바꿈했다. 능력, 성과위주의 신상필벌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올해 CJ그룹은 30대 그룹 중에서도 가장 빠른 지난 10월에 정기인사를 실시했다. 그룹 내에서도 두드러진 사업성과를 보인 제일제당 바이오사업, 헬로비전, 오쇼핑 등에서 대거 승진이 난 것이 특징.
다만 이 과정에서 CEO들의 변동도 적지 않았다. 김홍창 CJ제일제당 대표이사가 6개월만에 사임했고 하대중 CJ E&M 대표이사가 7개월만에 자문역으로 물러났다. 최근에는 김의열 CJ푸드빌 대표이사가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했다.
이 회장의 능력, 성과위주 신상필벌이 더욱 강조됐다는 평가다.
실제 주요계열사인 CJ제일제당에서는 창사이후 처음으로 외부영입 된 김철하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CJ제일제당은 해외 인재 채용을 위해 최초로 미국 채용설명회를 갖고 대표이사가 직접 출장길에 오르기도 했다.
한편, 이 회장의 적극적인 경영행보가 늘 변화를 주문한 것만은 아니었다. 도전과 함께 ‘전통성’의 강조는 또 다른 한축을 이뤘다.
이 회장이 직접 지시한 CJ제일제당 신사옥 로비의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흉상 홀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대형화면은 물론 평면벽에 LCD 모니터로 만든 나무가지 형태의 미디어 트리도 함께 설치했다.
이처럼 34년만에 최초로 이병철 창업주의 홀로그램을 내세운 것은 CJ그룹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삼성가의 장자로서 정통성을 이어받겠다는 이 회장의 의지가 담겼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그룹의 모태가 된 ‘제일제당’의 ‘제일’은 브랜드 작명에도 적극 활용됐다. CJ제일제당이 출시한 ‘제일제면소’나 ‘제일’ 브랜드에서 따온 비전 ‘Only one’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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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