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외 변수에 금리인상 시기 놓쳐, 내년은 단기적 판단 따라 조정할 듯
- 내년 2월 조직개편, 부총재급 인사에 개혁 의지 담을 마지막 기회
- 임기 만료 금통위원 누가 선임 되느냐도 촉각
[뉴스핌=김민정 기자] 한국은행 고위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총재가 국제기구 기관장에게 한은 직원들을 더 뽑아 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총재의 체면이 있었을 텐데…”라며 “직원들이 한은에만 머물지 않고 해외에서, 시장에서 더 대접받도록 본인 스스로가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 총재는 한은 개혁의 임무를 갖고 취임 초부터 조직개편과 관리 체계에 강력한 변화를 시도했다. “내부에만 머물지 말고 외부에서 스카우트할 정도의 능력을 키우도록 하겠다”는 취지가 있었다. 초반 내부 저항에 막혔고, 의지를 다 관철시키지 못한 측면도 있다. 김중수 총재가 내년 초면 임기 '반환점'을 맞는다.
◆ 한은법 개정 권한 커졌지만 물가안정 기능 제대로 해야
지난 8월 31일 국회에서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김 총재는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은 역사에서 기억할 만한 일”이라고 했다. 그 만큼 최대의 성과인 것이다. 하지만 “훨씬 많은 부담과 책무를 지게 됐다”고 했다.
한은은 물가안정 외에 금융안정에 대한 책무를 갖게 됐다. 은행채를 비롯한 금융채에 지급준비금을 부과하게 됐고, 제2금융권에 대한 자료 요구 권한도 확보했다. 최종 대부자의 역할을 하는 한은이 그 동안 금융권에 대한 자료를 제대로 확보할 수 없었다.
은행채뿐 만이 아니라 금융채에 대한 지급준비금 부과 권한도 생겼다. 초기 시행령안은 2년 이하 만기 은행채에 대해서만 지급준비금을 부과하도록 했지만, 전체에서 20%도 안되는 은행채만 부과대상이 되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한은의 주장에 따라 금융채까지 부과 대상이 확대됐다.
권한을 쥐게 된 만큼,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커졌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한은이 권한이 늘었는데 제대로 능력을 보여주질 못할까 부담이 있다”고 했다. 한은 본연의 책무인 물가안정과도 균형을 유지해 나가야 외부의 비판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유럽 재정 위기 지속, 금리정상화 언제쯤
지난 해 7월부터 추진된 기준금리 정상화가 어려움을 겪었다. 유럽의 재정 위기로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지난 6월부터 기준금리는 반 년째 3.25%에 머물러 있다.
한은은 7월을 포함해 11월, 올해 1, 3, 6월까지 다섯 차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하면서 기준금리 정상화를 시도했지만, 유럽의 국가채무 문제가 확대되고,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등 대외 불확실성이 불거지자 그 행보를 멈춰야 했다.
기본적으로 한은은 기준금리 정상화를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이지만 경기 둔화가 우려되면서 다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시점은 불투명해 졌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점차 강해지고 있다. 유로존 위기로 인한 국내 경기 둔화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은의 금리 결정 스탠스다. 장기추세를 보고 결정할지 금리 결정 당시의 경기나 대외변수만 놓고 판단할지 여부다. 시장은 후자 쪽에 무게를 두고 있고, 한은 내부의 분위기도 그렇다.
◆ 2월 조직개편 단행, 4월 금통위원 4명 교체 촉각
2012년 4월에 네 명의 금통위원의 임기가 동시에 끝난다는 점도 한은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현재 비어있는 한 자리를 포함해 부총재를 비롯해 전체 일곱 명 중에서 무려 다섯 명의 금통위원이 교체된다.
이에 따라 금통위의 정책기조가 너무 급격하게 변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 총재는 "어떤 분이 새로 오시는가에 달려있다"면서 "한은도 물가안정 한 가지 목표에서 좀 더 포괄적인 목표로 나가는 만큼 변화가 필요할 것인데, 새로운 다양한 경험을 한 분들이 들어와서 변화에 대처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은 내부적으로도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당장 오는 2월에 조직개편 및 인사가 예정돼 있고 김중수 총재가 추진해 온 한은 직원 역량 개발과 해외 파견도 더욱 활발해 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 영란은행(BOE),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파견된 한은 직원이 12명에 이를 정도로 기회가 많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총재가 신년사를 통해 밝히겠지만, 시장에서 한은 직원들의 역량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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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thesaja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