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주요 그룹의 후계자들이 뛰고 있다. 창업 오너 세대가 세상을 떠나며 그들의 2세, 3세, 4세로 이어지는 새로운 오너십의 등장이 눈길을 끈다. 오너 패밀리 간 사업을 승계받고, 이를 분리하고 경쟁하면서 한국식 오너 경영문화가 개화중이다. 창업세대의 DNA를 물려받고 경영전면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는 후계자들. <뉴스핌>은 연중기획으로 이들 후계자들의 '경영수업' 측면에서 성장과정과 경영 스타일, 비전과 포부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뉴스핌=이강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두 명의 여동생이 있다. 이부진(43세) 호텔신라·삼성에버랜드 사장과 이서현(40세) 제일모직·제일기획 부사장이다.
이 사장은 평소 여동생들을 각별하게 챙긴다. 이건희 회장이 참석하는 삼성의 크고 작은 공식행사에서도 아버지의 곁은 늘 여동생들 차지다. 이 사장은 한발짝 뒤에서 따르며 흐뭇한 미소로 여동생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곤 한다.
하지만 이 사장은 이들 동생들과도 어찌보면 선의의 경쟁 중이라고 볼수 있다. 그룹의 공식적인 경영승계자가 확정되지 않았으니 동생들이라고 해서 도전에 나서지 말라는 절대적인 법도 없다. 장자상속의 관례보다 능력중심의 경영승계형태가 국내 재계에 자리잡은 지 오래됐다.
물론 선대 회장 시절에 도모했던 것 처럼, 계열분리를 통한 삼성그룹의 발전적 분화를 점칠 수도 있다. '올- 인' 경쟁을 통한 단일 후계자 선정을 하기에는 그룹의 규모나 역할을 비춰볼때 오히려 더 위험할 수도 있다.
이미 상당부분 전자, 금융, 유통, 건설, 제조등 그룹 전반적 영역에서 세 오누이간의 전문성과 특성에 맞는 경영(수업) 활동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후계 구도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재계에서는 본다.
현재 이 사장과 함께 사장 직함을 가지고 경영 보폭을 넓혀가는 동생은 이부진 사장이다.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JY(이재용)-BJ(이부진)의 경쟁체제'라는 말에 가장 민감해할 정도다. 'JY사단'과 같은 금기어다. 지난 2009년 이부진 사장이 전무 시절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 담당을 겸직한후 소위 '남매경영'에 대한 가능성이 심심찮게 거론돼면서 그랬다.
이서현 부사장은 아직까지 그룹 중심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 제일모직과 제일기획 등에서 패션과 광고기획 중심의 역할롤을 맡고 있다. 남편 김재열 사장이 제일모직에서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그룹에 대한 지분확보가 없어 후계구도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이부진 사장의 에버랜드 입성은 사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삼성에버랜드가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의 정점에 있는 지주회사 격이라는 점에서다. 최근 삼성카드가 보유하고 있던 에버랜드 지분 25.64% 중 17%를 KCC에 매각하면서 에버랜드-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구조가 끊어지게 됐지다.
하지만 여전히 에버랜드는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을 거쳐 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이다.
이부진 사장은 여기에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삼성SDI, 다시 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순환고리에서도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물산 고문직을 맡으면서 사실상 경영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텔신라와 함께 에버랜드, 삼성물산 등 주요 계열사로 빠르게 경영보폭을 넓히고 있는 셈이다.
이부진 사장은 그동안 삼성 내부에서 경영능력을 인정받는 차세대 오너급 경영자로 부상한 상태다. 지난 2001년부터 호텔신라에서 경영전략 업무를 맡으면서 호텔신라의 체질 자체를 바꿔놓는 능력형 오너로 인정받고 있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은 이건희 회장의 공식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 그룹 승계의 한 축에서 활발한 경영활동으로 스펙을 쌓는 중이다. 사진은 지난 1월2일 삼성신년하례식에 참석한 모습. |
일례로,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의 매출 성장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다 호텔을 단순한 숙박의 개념이 아닌 복합문화생활공간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낸 것으로 좋은 점수를 그룹안팎에서 받았다.
이런 이부진 사장이 에버랜드에서 단순히 이름만 걸어놓는 자리가 아닌 경영전략 전반을 움직이는 중책을 맡은 것은 지배구조의 연장선에서 향후 상당한 변화로 그려질 수 있는 대목으로 재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 사장에게는 이부진 사장보다 유리한 그룹 지배력이라는 밑거름이 있다. 에버랜드의 최대주주(25.10%)이기 때문이다. 에버랜드 경영에 직접 나서지는 않지만 경영을 직접 하고 있는 동생보다 지분승계에서는 한발 앞서 있다. 이부진 사장은 에버랜드에 8.37%의 지분율을, 이서현 부사장 역시 8.37%의 지분율을 보이고 있다.
이 사장은 현재 삼성그룹 지배력 중심이다. 지분승계 차원에서 보자면 이미 그룹의 실질적인 제1 주주인 셈이다. 이 사장은 삼성에버랜드 지분 25.10%를 보유하고 있다. 비상장사이지만 최근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주식 42만5000주를 사들인 금액에 비춰보면 지분가치는 1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여기에 삼성전자 지분도 0.57%를 가지고 있다. 이 역시 1조원 가까운 규모다.
잊을만 하면 기업공개(IPO)설이 나도는 삼성SDS도 사실상 이 사장의 지배력하에 있다. 이 사장의 지분율은 8.81%이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은 각각 4.18%씩 보유하고 있다. 이 사장의 지분가치는 최근 장외거래가격(주당 13만원 수준)으로 볼때 약 8000억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삼성SDS IPO는 삼성 3세 경영인의 복잡한 지분 구조를 해결할 수 있는 자금으로 활용가능하다. 상장후 형성된 자금으로 세 오누이의 계열분리를 위한 실탄으로 쓸수 있다.
세 오누이간의 계열분리 및 경영승계를 위해 언제인가는 SDS의 주식시장 상장이 필요하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 시각이다. 그래서 이 회사의 기업공개 여부 및 그 시점이 삼성그룹 전반적 경영권과 관련, 중차대한 의미를 지닌다.
이 사장은 이밖에 서울통신기술(45.90%), 삼성자산운용(7.70&), 가치네트(36.69%) 등의 지분을 보유중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약력
-1968년 서울 출생
-1981년 서울 경기초등학교 졸업
-1984년 서울 청운중학교 졸업
-1987년 서울 경복고등학교 졸업
-1991년 삼성전자 총무그룹 입사
-1992년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졸업
-1995년 일본 게이오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2001년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
-2003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
-2007년 삼성전자 최고고객총괄책임자(CCO) 전무
-2010년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 부사장
-2010년 삼성전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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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