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이 그룹의 경영에서 물러났다. 횡령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따른 전격적인 결정이다.
태광그룹은 이 회장이 그룹과 관련된 모든 법적 지위와 함께 회장직을 사임한다고 10일 밝혔다.
이 회장의 사임은 내부적으로 이미 예견됐던 부분이다. 태광그룹의 한 주력 계열사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물러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뜻을 여러번 밝혔다"면서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전했다.
이 회장은 무자료 거래와 회계 부정처리, 임금 허위지급 등으로 회삿돈을 약 400억원을 횡령했다는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지난해 1월 구속 기소돼 최근 검찰로부터 징역 7년에 벌금 70억원을 구형받은 상태다. 법원의 선고 공판은 오는 21일이다.
태광그룹 측은 "검찰에 의해 기소된 이 회장이 책임을 지고 그룹 내 모든 지위에서 물러났다"며 "태광이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선진화된 경영시스템을 갖추고 다시 도약해 국내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사임은 건강상 문제도 고려됐다. 지난해 3월 구속집행정지로 석방돼 간암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와 재판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겹치면서 절대 안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게 그룹 내부의 전언이다.
이 회장 사임 이후 그룹 경영은 일단 이상훈 태광산업 대표이사가 총괄할 예정이다. 이 회장과 함께 검찰 수사를 받고 기소된 오용일 부회장과 박명석 대한화섬 사장이 함께 동반 사임했다.
이 회장은 현재 그룹 회장직을 포함해 대한화섬, 동림관광개발, 서한물산, 티알엠, 티브로드홀딩스, 티캐스트 등 계열사의 대표이사나 사내이사직을 맡고 있다. 이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태광그룹은 이 회장의 법정공방이 마무리되면 능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인사를 경영진과 사외이사로 적극 영입할 방침이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해 이 회장의 경영공백을 메우고, 회사의 경영 투명성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재계와 태광그룹 내부에서는 그룹 경영과 별도로 이 회장의 후계승계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 때문에 이 회장의 큰 틀의 경영 지원활동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특검, 현대차 글로비스 비자금 사건 등 회장 퇴진과 복귀라는 밑그림은 이미 재계에서 통용되는 분위기"라면서 "아들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후계 문제가 빠른 시간에 마무리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 회장은 고(故) 이임용 태광 창업주의 삼남이다. 장남인 이식진 전 태광산업 부회장과 그룹 경영권을 두고 선의의 경쟁을 벌였지만 이 전 부회장이 지난 2003년 지병으로 타계하면서 그룹 경영권이 모두 이 회장에게 넘어왔다. 차남 이영진 씨도 경영에 잠시 나섰지만 일찌감치 세상을 떠났다.
현재 고 이 부회장의 장남 원준(34세) 씨가 태광산업 지분 7.49%를 보유하고 이 회장에 이어 2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그룹 경영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고 이 부회장 타계 직후 15% 이상의 지분율을 보였지만 현재는 절반이나 줄어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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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