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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공화국 ④한미FTA(2)] ISO, 부패 내세워 삼성에 노조 강요?

기사등록 : 2012-02-2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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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영태 기자] 미국 월가(街)의 이해를 대변하는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한국을 비롯, 세계 각국의 부정부패 사례를 소개하는 데 여념이 없다. 최근에는 아예 ‘부정부패동향(Corruption Currents)’이란 블로그를 만들어 각국의 부패관련 뉴스를 전달하고 있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전파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달 20일 WSJ는 ‘탈당요구에 직면한 대통령’이라는 기사에서 김종인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의 발언을 인용해 측근비리 등으로 인기가 떨어진 이명박 대통령이 탈당요구를 받고 있다며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한국 대통령들은 지지도 하락과 부정부패, 여당과의 관계악화 등 다양한 이유로 탈당을 해왔다”고 보도했다.

지난 9일에는 2008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으로 사임한 박희태 국회의장 기사가 부정부패동향 블로그에 소개됐다. WSJ는 이처럼 한국은 물론 중국, 인도는 물론 재정위기에 빠져 있는 그리스까지 지구촌 곳곳에 안테나를 세워가며 부패감시 기능을 자임하고 있다.

갑자기 세계 금융자본과 미국 보수세력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온 WSJ가 왜 부패추방 전도사로 나선 것일까? 2007년 WSJ를 인수한 호주 미디어재벌 루퍼트 머독이 부패와의 전쟁에 나설 만큼 청렴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말이다.

WSJ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주목해야 할 부분이 바로 한미FTA다. 한국과 미국 의회를 통과한 후 3월 15일 공식 발효예정인 한미FTA 협정문에서 부패문제를 다루고 있는 장은 투명성을 다룬 제21장이며 제21.6조가 부패관련 조항이다.

◆ 한미FTA 협정문 “반부패조항, 양국기업 간 거래에도 적용”

이 조항은 “양 당사국은 국제 무역 및 투자에서 뇌물수수 및 부패를 근절하기 위한 자국의 결의를 재확인한다”며 “각 당사국은 국제 무역 또는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있어서 다음을 자국법상 형사범죄로 규정하기 위하여 필요한 입법적 또는 그 밖의 조치를 채택하거나 유지한다”고 명시했다.

구체적으로 제2항은 ▲(가)당사국 공무원 혹은 공적 기능 수행인의 직·간접적 금품 등 수수 ▲(나)기업인 등이 당사국 공무원 혹은 공적 기능 수행인을 직·간접적으로 금품 등을 이용해 매수하는 행위  ▲(다)국제상거래 당사자가 공적 직무를 수행하는 외국 공무원 등에게 직·간접적인 이익을 주는 행위 ▲(라)가호 내지 다호에 기술된 범법행위를 교사․방조 또는 공모하는 행위 등을 엄격하게 금지했다.

끝으로 협정문은 “양 당사국은 국제 무역 및 투자에서의 뇌물수수와 부패를 근절하기 위한 지역적 및 다자적 이니셔티브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며 “양 당사국은 관련 국제포럼에서 적절한 이니셔티브를 장려하고 지지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한다”고 명기했다.

즉 정부, 혹은 국회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해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온 대부분의 로비행위가 한미FTA의 부패방지 조항에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개괄적이고 원칙적인 서술방법을 채택하고 있는 조항 자체가 자칫 ‘이현령비현령’처럼 우리나라 기업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패전쟁’이란 책을 통해 부패가 윤리적 차원이 아닌 경영전략의 문제라고 역설한 부경복 변호사는 “(FTA 등을 앞세운) 자유무역주의가 세계 시장 경쟁의 탁자 위를 치워버리는 압력이라면 반부패의 압력은 탁자 밑을 치워버리는 압력”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국내 기업 보호를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관세 장벽을 치지 못하게 만드는 정책이 바로 자유무역주의이며, 탁자 밑에서 이뤄지는 기업과 정부 간의 유착고리마저 끊으려는 정책이 반부패 전략이라는 말이다.

정치권을 향해 한미FTA 이행절차를 빨리 마무리 짓고 발효에 들어가야 한다고 재촉하고 있는 한국 재계는 자칫하면 FTA와 반부패를 앞세운 미국의 경영전략이 부패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자신들의 숨통을 죌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부경복 변호사 미니인터뷰

다음은 ‘부패전쟁’이란 책을 쓴 부경복 변호사와의 미니인터뷰다. 부 변호사와의 인터뷰는 지난 16일 30분간의 전화통화를 통해 이뤄졌다.

- 미국의 부패전략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회사에서 미국 기업들의 일을 대리하면서 부패를 윤리문제가 아닌 경영전략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충격을 받았다”며 “해외부패방지법(FCPA)은 원래 30년 전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법인데 작년의 경우 94%가 외국 기업에 적용됐다.”

- 미국이 반부패를 앞세운 ‘도덕적 제국주의’를 세계지배의 전략으로 삼았다는 근거는.

“과거 미국은 슈퍼301조라는 금수조치를 내세워 통상압력을 행사해왔다. 그런데 1994년 미국의 경쟁력위원회라는 보고서를 통해 민간단체가 슈퍼301조와 같은 금수조치가 상대국의 무역보복을 불어와 오히려 미국이 6조원 이상의 손해를 봤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이 단체는 무역과 관련된 외국의 뇌물공세와 부패를 차단할 국가 간 협정을 체결하도록 요구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경쟁력위원회란 단체는 우리나라의 전경련과 비슷한 기능을 했는데 폴 알레어 제록스(Xerox)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도널드 그래엄 워싱턴포스트 사주, 체이스맨하탄은행, 보잉, 모토롤라, 허니웰, 휴렛팩커드, 애플,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 주요기업들의 최고경영자들이 모두 참여했다. 다만 이 단체는 전경련과 같은 상설조직은 아니었다.

이 보고서가 15년이 지난 2008년 이후에야 미국의 대외전략으로 본격화되기 시작한 이유는 90년대부터 2000대 초까지 미국 경제가 호황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미국은 아시아 국가들과 경쟁해야 하는 생존의 위기에 내몰렸다. 아시아의 경쟁기업들을 세계 시장에서 몰아내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1994년 나온 이 보고서의 반부패 전략인 셈이다.”

- 한미FTA 발효가 한국 기업에 미칠 영향은.

“한미FTA로 양국 간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해질 경우 미국 기업과 거래하는 한국 회사 사장이나 임원들이 FCPA가 적용돼 미국 감옥에 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즉 한국에서 흔히 하고 있는 공무원에 대한 접대나 뇌물수수 등이 모두 미국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프랑스 르몽드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과거에는 미국이 외국 기업을 견제하는 수단이 담합과 덤핑 규제였는데 이제는 해외부패방지법까지 동원할 전망’이라는 기사를 많이 싣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 부경복 변호사는 누구?

부 변호사는 서울 대원외국어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후 서울대 경영학과 법대를 차례로 졸업했다. 1997년 법대 3학년 재학 중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2000년부터 2007년까지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공정거래와 보건의료, 부패방지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2010년 아시아 사내변호사 포럼에서 수여하는 올해의 변호사로 선정됐다.

현재 TY&PARTNERS 대표변호사로 서울과 샌프란시스코를 오가며 국내외 유명기업들의 법률자문 업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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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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