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삼성가(家)의 장남 이맹희씨(81)에 이어 차녀인 이숙희씨(77)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70)을 상대로 1900억원대 상속주식인도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삼성가 상속분쟁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이맹희씨가 지난 10일 제기한 소송과 같은 맥락으로, 이번 소송 역시 법무법인 화우가 진행 중이다. 화우와 삼성그룹은 그동안 산업재해관련한 소송전에서 다툼을 몇 차례 벌여 서로를 잘 알면서도 기분좋은 상대는 아니다.
이숙희씨의 이번 소송으로 그동안 '삼성 대 CJ'의 갈등 구도에서 '이건희 회장 대 특정 형제자매'의 갈등 구조로 전환된 셈이다.
이건희 회장을 제외한 6명의 형제자매 가운데 2명이 소송에 참여하고, 나머지 형제자매들 일부의 소송 참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숙희씨는 구자학 아워홈 회장(81)의 부인이자 이건희 회장의 누나다.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3남5녀 중 이인희(한솔그룹 고문), 이맹희, 고(故) 이창희(전 새한미디어 회장·1991년 별세)에 이어 4째다. 동생으로는 이순희, 이덕희, 이명희(신세계그룹 회장)가 있다.
28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숙희씨는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이병철 창업주의 유산으로 인정된 차명주식 가운데 자신의 상속분으로 삼성생명 주식 223만주를 포함해 삼성전자 주식 등 1900억여원 상당을 요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이맹희씨가 제기한 소송가액 7200억원대의 4분1 수준이다.
화우는 이미 다른 형제자매에게도 소송 진행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 이창희 가족이나 이명희 신세계 회장 등이 소송 참여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라는 게 법조계의 전언이다.
사실 이번 삼성가의 상속분쟁은 예견된 것이었다. 법조계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이숙희씨가 상속권리를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할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을 정도다.
이는 지난해 6월 이건희 회장 측이 형제자매에게 '상속재산분할 관련 소명' 문서와 '삼성생명 차명주식 등이 이건희 회장의 소유로 법적 절차가 끝났다'는 법률의견서를 보내면서부터 불붙기 시작했다.
형제자매들이 당연히 이 부분에 대한 법률적 검토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 CJ가 자체적으로 법률적 검토를 벌였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룹 소속 변호사가 많지 않은 CJ는 외부 법무법인 화우에 이 사안에 대한 법률적 자문을 구했지만 그룹 차원에서 나설 일이 아니라는 판단으로 소송 제기까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게 CJ 측 설명이다.
최근 삼성이 이맹희씨의 아들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미행사건을 촉발시킨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CJ 측이 화우가 이맹희씨를 직접 만나 소송장에 도장을 받고 진행한다는 주장을 믿기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이숙희씨의 소송 제기로 법무법인이 형제자매와 독자적으로 소송을 준비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높아지게 됐다.
30대 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CJ 입장에서는 그동안 배후니 뭐니 해서 부담이 컸지만 논란에서 조금은 뒤로 빠지게 됐다고 본다"면서 "법조계에서 이미 이번 소송에서 형제자매의 승소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어 삼성가 내부의 조율이 잘 이루어지 않는다면 소송 확대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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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