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이 4·11총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며 재벌개혁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대기업의 경제규모가 국내 전체 경제의 50%를 넘을 정도로 재벌의 경제 집중화 현상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재벌그룹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중소기업에 대한 횡포, 순환출자를 통한 몸집불리기,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골목상권 침범 등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일각에선 '대기업 때리기'라는 비판도 제기하지만, 양대 선거가 있는 올 한해 동안 재벌개혁 이슈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뉴스핌은 재벌개혁을 위해 현재 여야가 제시하는 정책은 무엇인지, 어떤 실효성을 기대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뉴스핌=김지나 기자] 여야가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해 다양한 경제정책을 4·11총선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한 최근 4년간 청년실업 및 비정규직 문제, 사회양극화가 심해지고 특히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이 심화됐다는 평가가 제기되면서 정치권에선 일제히 재벌개혁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는 ‘기업 때리기’이며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이 내세우는 대기업 관련 정책들은 오히려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는 등 기업경영에 규제를 가하기 때문에 국가 경제에 유리할 게 없다는 반론이다.
경제관련 연구소, 교수 등 정치·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정치권에서 핵심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재벌개혁’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으며, 실행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 "사회통합 위한 과정…법안 제정 필요"
정치권이 ‘재벌개혁’을 들고 나오는 배경은 ‘사회통합’ 실현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생과 관련한 모든 문제가 재벌개혁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일자리 부족이나 '빈익빈부익부' 등의 문제뿐만 아니라 중산층이 줄어들면 내수시장도 위축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재벌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재벌로의 집중화 현상은 결국 사회 양극화와 계층 간 갈등을 초래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시스템’을 손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영태 인하대 정외과 교수는 “사회양극화, 청년실업 등이 지속되면 사회가 쪼개진다. 이는 정치쪽에서 감당해야 될 문제로 재벌개혁 문제는 단순한 경제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정치권은 사회통합 관점에서 재벌개혁에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그동안 재벌개혁은 늘 이슈가 됐지만 정치권 내에서 방향이 엇갈리다 보니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우선 관련법 제정과 순환출자 규제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김유찬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재벌 관련한 여러 문제 중에서도 순환출자 고리를 깨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규제하는 법안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구소 위평량 연구위원도 “정치인들이 진정성을 갖고 관련 법안을 제정해야 된다”면서 “이를 통해 제도적으로는 순환출자 규제를 강화하고 기업내부에서는 그간 유명무실했던 사외이사제도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공정거래법에 근거해 일감몰아주기 등 총수일가의 사익추구를 엄격하게 처벌해야 된다는 지적도 했다.
◆ "대기업 압박…정치논리에 경제 휘둘려선 안돼"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기업관련 단체들은 “여야 할 것 없이 ‘기업 때리기’로 표심을 얻으려한다”며 우려 섞인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재벌이슈는 그동안 정치권의 ‘단골메뉴’이긴 했지만 이번 총선에는 경제민주화를 내세운 여야가 총선 공약에 대기업 정책을 포함시키면서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시키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국경제연구원 황인학 실장은 “사실 소위 잘 나간다고 하는 기업은 삼성, 현대·기아차, 그리고 일부 화학업체 등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재정위기로 전전긍긍하며 세계적으로 소비를 줄이는 추세인데 마치 재벌이 죄를 진 것처럼 이해하고, 양극화·소득불평 심화가 대기업 탓인양 몰아부친다”고 주장했다.
자유기업원 최승로 실장은 “어느 나라나 경제가 발전하면 대기업이 많아지거나 커진다. 양극화 현상이라는 건 세계 어디에서나 나고 있기 때문에 세계적인 흐름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사회양극화 문제는 정치권이 복지로 해결해야 될 문제이지, 기업을 규제한다고해서 양극화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기업 압박으로 규제하면 오히려 경제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치권은 재벌개혁을 통해 우리 사회가 당면한 양극화와 경제집중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재계는 재벌개혁이라는 화두를 정치적인 표심잡기에 활용하다보면 경제가 악화될 수 있다는 반론을 펴고 있는 셈이다. 상생의 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 국민들은 이제 4월 총선을 통해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후보의 당선 여부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한 상생의 방향성도 제시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부여받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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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지나 기자 (fresh@newspim.com)